불과 42초 만에 ‘암흑천지’로 변한 리튬전지 공장 화재…전기차는 괜찮을까

권재현 기자 2024. 6. 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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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허덕이는 배터리 업계가 ‘안전성 이슈’라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폭발 사고로 가공할 만한 리튬 1차전지의 위험성이 고스란히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사는 물론 셀 제조사들과 완성차 업계 모두 한결같이 “이번에 문제가 된 1차전지와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2차전지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26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2차전지 분야 또한 화재 위험성으로부터 100% 자유로운 상태는 아니다. 화재 진압 대책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폭발을 미리 막지 못하면 배터리가 모두 연소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결국 화재를 사전에 방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업계 전체가 배터리 소재에서부터 셀-모듈-팩을 거쳐 완성차에 배터리를 장착하기까지 다양한 안전 설계를 적용해 최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려 애쓰는 배경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모터, 차체, 섀시 등 전기차에 최적화된 다양한 차체 안전 구조와 전고체 배터리 등 화재 위험을 현격히 줄일 수 있는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한계를 넘어서는 충돌 상황에서는 그 어떤 차량도 완벽하게 안전을 보장한다고 담보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신차 출시 전 수없이 진행한 자체 전기차 충돌 테스트에서 한 번도 발화 및 폭발 사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충돌 안전 기술뿐만 아니라 고장의 사전 진단 기술, 열 폭주 전이 시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 고도화 작업도 한창이다. 전기차가 고열이나 합선에 의한 전장 부품 또는 배터리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 충전구에서부터 다중의 안전 설계를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등 발열에 민감한 이유는 일단 화재가 났다 하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배터리가 다 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전기차에 불이 나면 끄려고 하지 말고 일단 그 장소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배터리셀 제조사들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이들은 충돌 사고에도 강한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계열 배터리의 셀은 일반 배터리에서 사용하는 습식 분리막이 아닌 세라믹으로 코팅된 분리막을 사용한다. 외부 열로부터 보호를 위해 방열 성능을 높인 파우치 타입(알루미늄 호일에 배터리 구성물이 싸인 형태) 배터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양 측면에는 충격 흡수를 위한 보강재를 넣는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100% 충전된 상태로 완성차 업계에 납품되는 1차전지에 비해 30% 정도만 채워 납품하는 2차전지는 아무래도 화재 위험성이 덜하다”며 “순수한 리튬을 음극재로 쓰는 1차전지에 비해 2차전지에는 안정된 산화물 형태로 리튬이 양극재로 들어간다는 점도 차이”라고 말했다.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관 과정에서 공간에 구획을 나눠 조금씩 나눠 놓는 작업도 기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에, 삼성SDI는 충남 천안과 울산에, SK온은 충남 서산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셀이 접촉되지 않도록 간격을 두고 개별 트레이에 넣어 나눠 보관하고 각각의 보관 트레이 안에 개별적인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연기 등 화재 신호가 감지되면 발 빠른 초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오창 에너지플랜트 등 생산 및 연구시설마다 자체적인 소방방재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비상상황 시 소방서보다 먼저 소방차 및 인력이 출동해 1차 대응에 나선다.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SK온 서산공장은 화재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한 비상 훈련을 분기당 한 차례 실행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소재사들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도 열 안정성을 높인 배터리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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