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성평등’ 파리올림픽, 한 달 앞으로…성비 50 대 50
100년 만에 파리서 열린 올림픽에 출전
“금메달 5개는 확정적이거나 어느 정도 가능성이 큰 수치를 말합니다. (…) 상승세를 타고 있기에 ‘바닥 찍고 올라간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장재근 선수촌장은 오는 7월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서의 목표를 묻는 말에 자신감 찬 어조로 답했다. 개막이 다가올수록 “잠까지 설치고 있다”면서도 태극전사들을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파리올림픽을 한 달 앞둔 2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는 주요 종목 국가대표 선수단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강선 선수단장 등 약 20명이 모여 출국 전 마지막 결의를 다졌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와 종합 순위 15위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16위)과 비슷한 수준이다. ‘활’(양궁)과 ‘칼’(펜싱)에서 정상 자리를 지키고, 수영과 배드민턴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진천선수촌은 이날 이후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선수단은 막판 담금질에 돌입한다.
대표팀이 출전하는 21개 종목 중 양궁은 금메달 밭으로 꼽힌다. 양궁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전 종목 석권(금메달 5개)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홍승진 대표팀 감독은 “현재까지 금메달 3개는 무난하다. 남은 30일 동안 일정에 맞춰 훈련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 개인전과 남녀 단체전에서 금메달이 유력한 가운데, 여자 단체(임시현, 남수현, 전훈영)의 경우 올림픽 역사상 전무후무한 10연패라는 대기록을 노린다. 남자 단체(김우진, 이우석, 김제덕) 또한 한국 양궁 역사상 최초로 리우와 도쿄에 이어 올림픽 3연패를 벼르고 있다. 이들은 출국 전까지 선수촌에 조성된 올림픽 특별 경기장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다.
‘황금세대’로 꾸려진 수영에서는 박태환 이후 끊긴 금빛 역영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유력한 기대주는 단거리에서는 황선우(자유형 200·400m, 계영 800m), 중장거리에서는 김우민(자유형 200·400·800·1500m, 계영 800m)이다. 황선우는 “도쿄 대회 이후 3년간 많은 경험을 쌓았다. 파리에서 그간 쌓은 경험을 보여드리겠다”며 “(주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 1분43초대 기록이 나올 수 있도록 훈련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결승전에서 마주칠 선수 중 상당수가 1분44초대 내에서 경쟁하고 있기에 이들을 넘어 포디움에 서기 위해선 1분43초대 기록이 필요하다.
수영은 파리에서 한국 수영 역사상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리는 만큼, 4명이 한 팀을 이루는 계영 800m에서 6명을 데려가는 파격적인 전략을 택했다. 황선우와 김우민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배드민턴도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끊긴 올림픽 금메달을 되찾고자 절치부심하고 있다. 세계 1위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노린다. 세계 4위인 서승재-채유정, 2위인 이소희-백하나 짝 또한 각각 혼합 복식과 여자 복식에서 정상을 꿈꾼다. 세계 배드민턴 수준이 평준화됐으나 대표팀은 한국 배드민턴 역대 올림픽 한 대회 최다 금메달 개수인 2개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태권도에서는 박태준(58㎏)이 사상 첫 노 골드 올림픽이었던 도쿄 대회의 아쉬움을 털어내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육상 남자 높이 뛰기에서는 우상혁이 한국 육상 사상 첫 트랙과 필드 종목에서 포디움 진입을 꿈꾼다. 도쿄 대회에서 아쉽게 4위에 그쳤던 우상혁은 “파리에서는 무조건 메달을 따낼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파리올림픽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라는 슬로건에 맞게 7월27일 오전2시30분(한국시각) 선수단이 센강에서 배를 타고 입장하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206개국 1만500명의 선수가 32개 종목에 출전해 329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100년만에 다시 파리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남녀 출전 선수 성비가 50대 50으로 균형을 이뤄 성 평등을 이룬 사상 첫 올림픽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 선수단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50명) 이후 최소 규모로 꾸려졌다. 22개 종목 선수 140여명이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축구와 배구 등 주요 구기 종목 출전이 무산된 영향이 컸다. 단체 구기 종목 중 올림픽 티켓을 따낸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 유일하다. 대한체육회는 파리의 무더위에 대비해 선수단에 친환경 특수 냉매제를 활용한 쿨링 재킷과 쿨링 시트를 제작해 지급할 예정이다.
진천/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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