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이차전지 업황 ‘바닥’… 고심 깊어지는 장인화호 포스코

최우리 기자 2024. 6. 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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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전라남도 광양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원료창고에 호주산 광석리튬이 쌓여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1만5천톤 모래 중 2.5%가 리튬입니다. 리튬은 광석에 산화된 채로 붙어있기 때문에 광석을 1000도로 구워 부피를 키워야 떼어내기 쉽습니다. 구운 광석은 맷돌로 갈고 황산과 섞어 가열한 뒤 다시 차가운 물로 식혀줍니다.”

25일 오전 전라남도 광양시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1공장 원료 창고 앞. 높이 40m 건물을 꽉 채운 모래 앞에서 이현우 기술품질부장이 이렇게 말했다. 호주 광산업체 필바라 미너럴스로부터 가져온 광석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을 수차례 거친 뒤에야 이차전지 양극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얻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연산 총 4만3천톤 규모(전기차용 배터리 100만대 생산분)의 수산화리튬 생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1공장을 준공했다. 같은 규모의 2공장은 올해 중 준공한다.

오는 28일 취임 100일을 맞은 장인화 회장이 밝힌 포스코그룹의 과제는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이었다. 이차전지와 철강 두 날개로 비상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1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철강 콘퍼런스에서 “저탄소 녹색·디지털 공장 전환”, “리튬·니켈 등 원료부터 양·음극재, 차세대 배터리 소재기술 개발까지 밸류체인 완성과 조기 상업화를 위한 투자 지속”을 밝히기도 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수산화리튬 완제품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 포스코홀딩스 제공

그러나 장 회장 앞에는 ‘업황 둔화’란 장벽이 놓여 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4일 “철강 업황 회복 지연과 이차전지 사업의 성장 둔화에 따른 불가피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철강과 이차전지 업황 모두 바닥을 지나는 구간에 있다”고 짚었다.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올해 말 2공장을 준공하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생산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쉽지 않다. 24일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튬 가격 반등은 하반기에도 녹록지 않다. 가격 상승의 주요 논거 중 하나인 중국의 리튬 감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기준 톤당 가격은 5월31일 103.5위안에서 이달 25일 87.5위안으로 떨어졌다. 2022년 11월11일 581.5위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2026년까지의 리튬, 니켈, 양극재, 음극재 부문 투자 시점을 일부 연기했다. 미국은 중국산 흑연 사용 금지 규정을 2년 유예했다.

장 회장 취임 후 포스코그룹이 꼽은 7대 미래 혁신 과제 중 1위인 ‘철강 경쟁력 재건’도 만만치 않다. 24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항제철소 하이렉스·주조실험동에서 만난 박재훈 기술연구원 그룹장은 지난 4월 첫 출선에 성공해 총 15톤의 쇳물을 출선한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를 소개하며 “시간당 1톤의 쇳물을 따라내고 있다. 아직 자동차 강판과 같은 고급강만큼의 품질을 맞추기엔 부족해 온도와 성분을 조절하며 맞춰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개발중인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 전경. 전기용융로(ESF)는 전기아크로(EAF)의 단점을 보완하여 저품위 직접환원철(DRI)로부터 고급 철강 제품의 쇳물(용선) 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전기용융로는 포스코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의 후공정이다.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해 직접환원철(DRI)를 생산해도, 기존 전기로로는 고로와 비교해 불순물 분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 품질 수준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포스코는 계열사인 에스엔엔시(SNNC)가 운영 중인 스테인리스 원료용 페로니켈을 제련하는 전기용융로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전기용융로(ESF)를 개발하는 중이다. 하이렉스 공정은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말 총 사업비 141억원(국고 100억원)의 ‘한국형 수소환원제철용 철광석 최적화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세계 연구개발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선정했지만, 현실은 ‘저가 중국산 철강 수입’ 파도부터 넘어야 한다. 중국이 저가로 철강을 수출하고 있고 저렴한 해외 조강을 들여와 한국산 철강 제품으로 바꿔치기하는 사례가 늘어 철강업계의 고심이 깊다. 지난 13일 박현욱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철강 수요가 회복되어야 가격이 반등할 수 있는데 수요가 아직은 부진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포스코의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에서 쇳물이 출선되고 있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제공

포항·광양/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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