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미중 갈등 속에도 美대학·비영리학회 몰래 후원

화웨이, 옵티카재단 통해 대학 첨단연구 지원
모르고 후원 받은 연구진도 규정위반 소지

화웨이 로고. 연합뉴스

[서울경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중 패권 경쟁 속에도 미국 비영리 학회 옵티카와 은밀한 동맹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화웨이와 옵티카의 관계가 수십년간 지속되고 있고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에도 광학·포토닉스 전문학회 옵티카가 화웨이에서 지원한 자금을 하버드대 등 미 대학의 첨단 연구에 비밀리에 지원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화웨이가 옵티카 산하의 옵티카재단이 주관하는 연구대회를 몰래 후원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옵티카는 100년 역사의 영향력 있는 과학 저널을 출판하는 학회다. 옵티카재단의 연구대회는 2022년 창설됐다. 이 대회는 상금으로 수백만달러를 제공했다.

대회 지원자, 대학 관계자, 심사위원 등은 화웨이의 역할을 전혀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금 수상자와 대학 등에서 알지 못한 채 화웨이 자금 수령 금지 조항을 어기게 된 셈이다.

옵티카의 한 내부고발자는 4월 제출한 서류에서 엘리자베스 로건 옵티카 대표가 작년 11월 화웨이 본사를 비밀리에 방문했다고 전했다. 당시 로건 대표는 중국 방문 일정은 공개했으나 화웨이 본사 회의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이 직원은 수상자 선정시 화웨이의 역할에 관해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 내용이 옵티카 대회를 통해 의도적으로 화웨이와 중국 정부에 넘어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옵티카는 “화웨이나 정부 기관에 어떤 내용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화웨이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글로벌 학술 교류를 장려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했다”며 선의로 행사를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의 옵티카 자금 지원이 화웨이와의 기술 공유를 막는 정부 규정에 위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이 규정은 과학 논문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옵티카는 지난달 보도 이후 미 의회가 조사에 착수하자 화웨이 후원 자금을 반납했다. 심사위원단에서도 화웨이 측 인사를 제외했다.

이와 관련 연구 보안 전문가들은 과학자들에게 제공되는 자금의 출처를 투명하게 관리해서 국가 안보와 납세자 세금을 보호하려는 대학과 정부의 방침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자금 지원과 관련해서 연구자들이 의도치 않게 미국 정부에 거짓 정보를 제공하게 한 점에 대해서도 옵티카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로건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옵티카가 화웨이의 참여를 밝히지 않은 것은 연구 보안에 대한 깊은 무지이거나 자금 세탁을 위한 고의적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대학과 연구 기관의 상황도 난처해졌다. 밴더빌트대는 “국가 안보 문제로 정부가 화웨이와 관련해 제한을 두는 것을 진지하게 여긴다”며 “화웨이 후원이 확인됨에 따라 기금을 반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