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대중교통 중심으로 전개될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시대
2014년 구글은 페달과 핸들이 없는 자율주행차 '구글카'(Google Car)를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중은 이제 마치 운전을 직접할 필요없는 것처럼 열광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후 2024년 지금 글을 읽는 당신은 자율주행차를 타보았는가. 지금까지도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이뤄진 국가는 세계에 없으며 테스트와 실증 수준 임시운행 단계에 머물러있다.
국가적으로 제도 측면에서 바라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법규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자동차의 국제기준을 제정하는 유럽연합(UN)은 2020년 6월 1차 개정 이후에 레벨4 자율주행차 법규 제정 자체를 멈춘 상황이다. 현재 UN에서는 레벨2 법규의 개정 논의를 진행하고 있을 뿐 레벨4 제정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업계 상황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레벨3 자율주행차 국제 기준이 제정된지 벌써 4년이 흘렀지만, 아직 세계에 레벨3 인증을 받은 제조사는 혼다와 메르세데스 벤츠 단 2곳이다. 혼다는 100대 한정생산마저 중단해 사실상 레벨3 자율주행차를 양산한 업체는 벤츠 단 1곳에 불과하다. 왜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국가 측면에서 어려움은 제도화다.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모빌리티로 정의되는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중 가장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대상이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는 이미 우리 삶에 밀접하게 맞닿아있기 때문에 제도화를 처음으로 추진하는 영역도 자율주행차가 될 수 밨에 없는 것이다. 즉, AI 대해 가장 처음으로 제도화하는 전례가 없던 대상이 자율주행차이기 때문에 법률제정자(Legislator) 입장에서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제정할 수 밖에 없어 시간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조사 측면에서 어려움은 수익성 대비 떠안아야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레벨3 이상이 자율주행차라고 정의되는 순간 사고의 모든 책임은 제조사가 져야하며 민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적 책임도 따른다. 반면에 자율주행차는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원가가 여전히 높아 수익성을 내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테슬라는 레벨2라고 선언해 사고의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음에도 시총 800조원을 달성한 실적을 보여줘 제조사 입장에서 자율주행차는 매력 대비 리스크가 큰 영역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2022년 포천비즈니스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율주행차 시장은 약 1경8000조원(13조63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 크루즈 최고경영자(CEO)는 일일 손실액이 69억원에 육박하지만, 이 시장은 반드시 도래할 것이기 때문에 계속 투자할 것이다라고 밝힌 것처럼 시장의 전망 자체는 여전히 밝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글로벌 컨설팅회사 프로스트앤설리반 시장예측에 따르면 2030년 셔틀버스 서비스 50%가 자율주행으로, 택시 서비스의 B2C 시장이 아니라 대중교통 기반의 B2B 시장부터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일은 2022년 세계 최초로 레벨4 자율주행차 B2B 거래를 허용하는 법규를 제정했다. 즉, 대중교통과 물류 목적의 기업간 거래만을 허용해 자율주행차 국제기준 제정의 지연이 자국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고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이, 올해는 한국이 레벨4 자율주행차 B2B 거래를 허용하는 법규를 제정했고 모두 대중교통과 물류 목적으로 판매를 한정하고 있다.
레벨4 자율주행차 정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러한 흐름은 예측할 수 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대당 5억원이 넘고 정해진 구간에서만 자율주행이 되는 차를 누가 살까. 여러분은 이미 그런 차를 매일 타고 있다. 바로 버스다. 국내 대형 노선용 전기버스 가격은 대당 평균 3억원 중후반대에 형성됐고 정해진 구간만 운행됨에도 이미 가장 보편적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유사한 자율주행버스가 상용화 첫 포문이란 것은 이미 과거의 사례에서 추측할 수 있던 동향이 아닐까.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과거 17세기 마차시절, 마차는 가격이 너무 높아 상류층 전유물이었고 서민들에게 꿈같은 이야기였다. 개인의 소유 마차가 아니라 특정 손님을 특정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피아커라는 택시 전신인 마차도 있었지만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서민의 이동 수단은 두 다리뿐인 시절이었다. 1662년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최초 노선 마차가 등장했다. 이 마차는 저렴한 운임을 받고 파리 시내 정해진 노선을 달리며 정해진 정류장에만 사람을 내려주었기에 더 많은 서민이 이용할 수 있었고 이후 유럽의 버스 시대를 여는 시작점이 됐다. 이러한 역사에서 보더라도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대중교통부터 이루어지게 될 것은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자율주행 대중교통 필요성은 인구 고령화 추세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세계에서 첫번째와 두번째로 레벨4 자율주행차 판매 법규를 만든 독일과 일본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초고령사회라는 점이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버스와 택시 기사의 평균연령이 60세에 육박하면서 운전 기사 부족으로 운행되지 못하거나 노선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법규를 제정한 우리나라도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65세 이상 택시기사가 45%(10만7947명)에 달한다. 충북을 사례로 들면 60대 이상 버스기사들의 비율이 61.6%, 80대로 4명이나 된다.
이는 국가 측면에서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흔들어 일상의 붕괴라는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 문제를 위해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자율주행인 것이다. 레벨4 자율주행차는 정해진 구간에서 운전자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사 인력의 급감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대중교통을 운행할 수 있어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유력한 미래 기술로 대두되고 있다. 레벨4 자율주행차에 대한 세계 법규의 제정 동향은 대중교통과 물류를 목적으로 한 B2B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마차 시대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회변화의 흐름이었다. 또,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변화에서 야기되는 기사 인력의 고령화와 감소의 문제에 대해서도 자율주행차는 이를 해결하고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유력한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대중교통 분야를 자율주행차 상용화 첫 포문으로 삼는 것은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수용성이 발맞추어 함께 나아가는 바람직한 시도가 아닐까.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대변혁의 시기에서 우리 삶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대중교통으로서 자율주행차가 이러한 혁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훌륭한 완충제가 되어주기를 기대해본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 hjh@autoa2z.co.kr
〈필자〉한지형 대표는 국내 완성차 출신의 자동차 전문가다. 한 대표는 한양대 기계과에서 기초를 다지고 현대자동차 연구소에 입사했다. 현대차 미국 라스베이거스 최초 주·야간 자율주행, 서울·평창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후 오토노머스에이투지를 창업해 5년 만에 국내 1위, 세계 13위 독보적 성과를 창출했다. 현재 4차산업혁명위원회,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도 모빌리티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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