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tory] 자유인이 된 ‘세기의 폭로자...’

위키리스크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미국 당국과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 협상에 합의 후 25일(현지시간) 미국령 사이판에서 열리 재판을 받기 위해 제트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임세준 기자]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52)가 14년간의 도피극을 마치고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됐다. 어산지는 지난 2010년 미국 육군 정보분석원 첼시 매닝을 설득해 기밀로 취급되는 외교 전문과 국방 정보를 빼돌려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한 혐의를 받았다.

줄리안 어산지가 지난 2011년 12월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 들어서기 전 언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

당시 폭로된 정보에는 미군 아파치 헬기가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을 비롯한 11명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살해한 사건 등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한 비위가 담겨 있었다. 미국 검찰은 어산지의 행위에 대해 언론의 취재 수준을 넘어 기밀 정보를 폭로하는 국가안보 위협이라고 판단했으며, 어산지에 기밀 정보를 전달한 챌시 매닝에 대해 스파이방지법 위반 혐의로 35년형을 선고했다.

줄리안 어산지가 지난 2016년 2월 영국 에콰도르 대사관 발코니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어산지는 폭로 이후 미국으로 압송되는 것을 피하고자 2012년부터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2019년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어산지는 교도소에 갇혀 스파이방지법 위반 혐의로 자신을 기소한 미국 정부와 영국 법원에서 송환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지난 2019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체포된 줄리안 어산지가 웨스트민스터 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

하지만 어산지 측 변호인단이 미 법무부에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 협상을 제안하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처음 미 법무부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지난달 영국 정부의 미국 인도명령에 대해 항고한 어산지 측이 승소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줄리안 어산지가 2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으로 가는 항공편에 탑승하고 있다. [AP]

최근 미국 법무부는 어산지 측의 제안을 수용하며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을 통해 어산지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을 담은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령 사이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

어산지는 26일 오전(현지시간) 미국령 사이판 법정에 출두해 국방정보의 획득 및 유포를 모의한 혐의 한 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으며, 영국에서 수감돼 있었던 기간과 동일한 5년 2개월 징역을 선고받은 뒤 풀려나 ‘자유의 몸’으로 고국인 호주로 귀국했다.

j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