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차별은 약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한겨레 2024. 6. 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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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공존이냐, 공멸이냐 두 가지 기로에 서 있다.

빈곤의 문제든, 기후위기든 일부 약자들이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들도 종국엔 나의 문제이자 모두의 문제다.

'세상의 더 많은 약자와 함께하는 사랑의 비정부기구(NGO)'를 비전 중 하나로 삼고 달려온 비영리 민간단체 '함께하는 사랑밭'도 '함께'의 가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세상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불평등에 신음하는 약자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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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15~18일 보호종료아동지원사업 ‘독도비전트립’. 함께하는사랑밭 제공

정유진 | ㈔함께하는사랑밭 대표

우리는 지금 공존이냐, 공멸이냐 두 가지 기로에 서 있다. 빈곤의 문제든, 기후위기든 일부 약자들이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들도 종국엔 나의 문제이자 모두의 문제다.

‘세상의 더 많은 약자와 함께하는 사랑의 비정부기구(NGO)’를 비전 중 하나로 삼고 달려온 비영리 민간단체 ‘함께하는 사랑밭’도 ‘함께’의 가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함께’의 개념을 공여기관의 입장에서 도움을 제공하는 차원으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보적인 관계에서, 서로 의지하고 공존하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약자에게 베푸는 선의는 더 이상 도움의 차원이 아닌,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가 약자들이 경험하는 차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세상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불평등에 신음하는 약자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이 겪고 있는 차별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특히 이들이 차별을 겪는 것은 능력의 부재가 아닌 출발선부터가 다르다는 현실에서 비롯한다. 기회의 불평등에 따른 문제인 만큼 그들 스스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차별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 곧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한계를 인정하는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것은 시민들의 공감에 기초한 참여와 연대에 기반한다.

그렇다면 당면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접근을 시도해야 할까? 약자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제공하기 위해 대상에 대한 보다 세심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세분화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하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약자들 중에는 개인의 노력을 발휘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이들이 있다. 이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과도 직결한다. 이에 개인의 능력에 한계가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는 당장의 필요를 직접적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생계 지원 등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어가는 정책들을 실현해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노력해도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사업이다. 약자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고 그 가운데서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 단체는 보호종료아동이나 저소득 한부모 가족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를 위한 다각적 교육 프로그램 및 도서 집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만날 기회를 제공해 왔다. 또한 문화 체험과 같은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현저히 부족했던 이들에게 미래를 열어갈 경험과 마주할 기회를 제공했다.

2023년 9월2일 한부모 역량 강화 프로그램 ‘풀꽃-자녀의 자존감 관리\' 강연 모습. 함께하는사랑밭 제공

이와 같이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더 이상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선 안 된다. 뚜렷한 방향성이 있어야 하고 각 대상에 맞는 실천적 과제를 수반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민간단체는 이러한 과제를 함께 해결하도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협업의 실천을 이어나가야 한다.

끝으로 우리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완전히 평등한 세상을 열어줄 수는 없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상적인 일이자 불가능한 과제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노력이 더해지는 만큼 그들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공정한 세상을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지금보다 나은 세상, 행복을 향해서는 조금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행복한 세상을 경험하는 궁극적 수혜자는 그 누구도 아닌 ‘나’다. 이것이 공존과 공멸 사이에서, 공정한 사회를 끊임없이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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