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2년간 피해간 '화재안전조사'···점검받은 곳은 고작 '5%'

정다은 기자 2024. 6. 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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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6개년 통계자료 전수조사
2019년 22.1%에서 '수직 낙하'
코로나19 거치며 인력 줄어든 여파
아리셀, 사각지대 속 안전관리 '구멍'
리튬 과다 적재 등 다수 정황 포착
다만 안전관리 규정 미비로 책임 애매
전문가 "자체적인 관리 규정 갖춰야"
31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 화재 참사 사흘째를 맞은 26일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경제]

화재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경기 화성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2년간 화재안전조사(구 소방특별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다. 설령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곳들 중에서도 실제 점검을 받은 비율은 5%에 그쳤다. 외국인 노동자 불법 파견, 대피 교육 미실시 의혹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점과 더불어 화재에 대한 소방당국의 전반적인 안전점검 체계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소방청의 ‘화재예방 및 안전관리 통계자료’ 6개년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조사대상인 165만 5914개소 중 5.6%인 9만 3362개소에만 화재안전조사가 실시됐다. 화재안전조사는 소방당국이 소방시설 등의 적법 설치 및 관리 여부, 화재발생 위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현장조사 활동을 말한다. 점검 결과 ‘불량’ 판정이 내려질 경우 소방당국은 행정명령, 입건, 과태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화재안전조사 시행률은 2019년에는 22.1%의 실행률을 기록했지만 2020년 4.2%로 급감했고 이어 2021년, 2022년에도 각각 3.9%, 5.6%로 한 자리수에 머물렀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에도 시행률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소방청 측은 코로나19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2023년에는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숫점 자리까지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시행률 부진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는 인력난이 꼽힌다. 코로나19 당시 대면 검사가 대거 유예되면서 조사요원수도 급감했는데 이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국 소방관서 및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화재안전조사 요원은 지난해 1만989명으로 2020년(7057명)보다는 늘었지만 2019년(1만4740명)과 비교해선 4분의 3 수준이다.

부실 점검 논란이 확산되자 전날 소방청은 다음 달 9일까지 전국 전지 관련 213개 시설을 대상으로 긴급 화재 안전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대형 화재가 났던 현장을 사후 정밀 점검해 비슷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령·정책적 보완점을 제시하는 제도인 ‘화재안전영향평가’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안전관리자 미선임, 참사 이틀 전 화재 발생 사실 등 현재까지 파악된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아리셀은 소방당국의 감시망에서 멀어졌던 동안 전반적인 안전 관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화재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리튬 1차전지의 경우 현행 안전관리 기준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아리셀이 배터리 3만 5000개를 한 층에 몰아서 보관하는 등 부실 관리 정황이 더러 발견됐음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

리튬 1차전지 안전관리 방법을 규정하는 법안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올 초 행정예고한 ‘안전확인대상 생활용품(건전지)의 안전기준 개정안’ 정도가 현재로서는 전부인데 아직 시행조차 되지 않았고 산업용·군용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 큰 의미가 없다.

한국산업표준(KS)도 있긴 하지만 '통풍이 잘 되는 건조하고 시원한 장소에 저장해야 한다' '제조자가 명시한 높이 이상으로 전지 상자를 적재하지 않아야 한다' 등 애매모호한 구절이 많고 무엇보다 임의인증이라서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현장 안전관리 기준은 물론 소방당국 사전 조사, 안전 교육 등 전반적인 예방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안전조사를 좀 더 자주 세밀하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각 공장마다 취급하는 배터리, 화학물질 등이 전부 다른 만큼 이를 법으로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대신 각 업체마다 자체적인 규정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서는 각 업체가 제대로 된 규정을 만들어 적합하게 관리하는지 점검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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