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제주교육감 “정무부교육감 신설, 현안 많은 지금이 적기”

임성준 2024. 6. 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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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육감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의회 결정 따를 것”
교원·학부모단체 반발… 의회, 찬반 엇갈려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26일 논란이 이는 제2부교육감(정무부교육감) 신설과 관련해 “교육 현안이 많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이날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유보통합으로 이관되는 도내 404개 어린이집을 학교로 생각해야 한다. 학교가 192개에서 약 600개가 되는 것이다. 이외에 교육발전특구 추진, 늘봄학교, 디지털·AI(인공지능) 교수학습 기반 마련 등 현안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광수 제주교육감이 26일 제주도교육청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김 교육감은 “타 시도 교육감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제2부교육감 신설을) 하고 싶어도 근거가 없어서 못한다는 말을 한다. 앞으로 유보통합이나 늘봄학교 등 벅찬 일들이 있어서 제2부교육감 신설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며 “다만 어떤 결과든 의회의 결정에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단체와 선생님들이 조직개편을 걱정해주고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고맙다. 조직개편은 결과적으로 아이들과 선생님 포함 교육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18일 입법예고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전부개정안에는 현재 ‘부교육감’ 명칭을 ‘행정부교육감’으로 변경하고 ‘정무부교육감’ 직제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정무부교육감 직제를 신설해 정무부교육감·행정부교육감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설 정무부교육감은 대외협력관, 기획조정실을 소관한다.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르면 인구 800만명 이상이고 학생 150만명 이상인 시도는 부교육감을 2명 둘 수 있다.

제주는 인구 약 70만명에 학생 수는 8만여명이지만, 도교육감 밑에 별정직 지방공무원으로 또 다른 부교육감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제주특별법 특례를 활용하면 된다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현재 제2부교육감 직제가 있는 곳은 경기교육청 한 곳 뿐이지만,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제주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법이 아닌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별정직 부교육감을 추가 임명할 수 있다. 실제 같은 해 제주교육청 행정기구설치조례에도 제2부교육감을 두는 조문이 신설됐으나, 1년 후 도의회에서 제2부교육감을 둘 만큼 교육청 업무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이후 도교육청이 제2부교육감 신설을 공식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청은 개편안을 반영한 제주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와 제주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개정안에 대해 다음 달 도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9월 1일부터 개편안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도교육청 조직 개편안.
◆교원단체, ‘반대 96%’ 설문결과 제출…도의회 의견 분분

정무부교육감 직제 신설안에 대해 일부 교원·학부모단체가 반발하고 있고 의회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이하 전교조)는 입법예고 기간인 18일부터 24일까지 도교육청 앞에서 조직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전교조는 “지금 추진되는 조직개편은 졸속적이며,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적 개편”이라며 “정무부교육감이 웬 말이냐.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조직개편안을 철회하고 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정무부교육감은 교육계 밖에서 적임자를 찾았으면 한다는 교육감 발언을 고려하면 교육이 아닌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며 “교육감 재선 행보를 현장에서 수행할 역할로 정무부교육감을 앉히고 싶어하는 듯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주중등현장교사모임은 이날 “지난 18∼23일 설문조사에 참여한 도내 현직 교원 318명 중 304명(95.6%)이 제2부교육감 등 고위직 증원을 반대했다”라며 설문 결과를 담은 입법예고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317명 중 289명(91.2%)이 교사 인력 부족을 꼽았다”며 “당장 고위직 한 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면 수많은 과잉 학급을 분산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와 참교육학부모회 등은 “늘봄학교와 유보통합 등 교육부 정책 과제가 전국에서 동일하게 추진되는데, 유독 제주도교육청만 정무적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히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안이 교육자치 위기 모델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5일 열린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 제주도의회 제공
도의회에서는 찬반 논란이 일었다.

전날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도교육청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급하게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된 반면 도교육청의 제주도, 정부와의 협업사업 등 할 일이 산적해 중심을 잡고 이끌어갈 제2부교육감이 필요하다며 긍정적인 주장도 나왔다.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일도2동)은 “도교육청 조직진단 연구용역에서 본청의 슬림화, 학교 현장 강화 등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는데 이번 조직개편안에는 그런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며 “조직개편에 대해 교육 구성원 등의 공론화가 필요한데 도교육청이 용역이 끝난 후 며칠 만에 조직개편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절차적 타당성이 결여됐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노형동을)도 “제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용역 내용이 부합하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어 숙의 과정을 통해 공론화가 필요한데 도교육청이 너무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며 “학교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도교육청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이정엽 의원(국민의힘, 서귀포시 대륜동)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주어진 교육 특례를 활용한 별정직 부교육감이 필요하다”며 “도교육청이 영어교육도시와 교육발전특구 등 할 일이 많다. 도교육청이 학교 현장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설득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삼도1동·삼도2동)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해 교육자치가 지방자치와 통합되면서 교육발전특구와 유보통합 등 제주도·정부와의 협업사업을 비롯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며 “도교육청 공무원들은 교육전문직, 행정직으로 구분돼 순환 근무하면서 업무 지속 가능성이 부족하다. 제2부교육감이 중심을 잡고 제주도·정부의 협업사업 등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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