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병원 간다고 왜 안도해야하나…의료, 의사-정부것 아냐"
"의사 이기적 행태가 '4개월째 방치' 정부에 면죄부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도대체 환자가 병원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이토록 다행스러워하고 안도해야합니까? 몸이 질병으로 손상당했다고 해서 삶까지 손상당해야 합니까?"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저자로, 서울대병원 희귀난치질환센터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이기도 한 조한진희 씨는 26일 국회 앞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질병권 보장을 지향하는 단체인 '다른몸들'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의대 교수들의 휴진 움직임에 불안해하다가 진료를 볼 수 있게 돼 안도한 자신과 동료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의사들과 정부를 함께 비판했다.
그는 "환자를 볼모로 삼은 것은 의협과 휴진한 의사뿐만이 아니다"며 "의사집단의 특권 의식과 의료의 본령을 잊은 태도는 더욱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해 정부는 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 의료가 누구의 것인가요"라고 물으며 "이미 시장화될 대로 시장화된 의료를 더욱 악화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와 자신들의 밥그릇에만 관심 있는 의사들에게 우리의 안전과 질병, 건강을 맡길 수 없다"고 역설했다.
아이가 희소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서이슬 한국PROS환자단체 대표는 "'빅5' 병원이 멈추니 희소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삶도 같이 멈췄다"며 "환자라고 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권리마저 조각나고 불완전할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지금 당장 종결돼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현장의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등 40여개 환자·보건·노동·종교 단체가 함께 열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일부 빅5 병원들은 집단 휴진 계획을 아직 철회하지 않았고, 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과 의협의 집단 휴진 등은 예상할 수 있는 현실이었지만 정부가 아무 대책 없이 2천명 증원을 밀어붙였고 그 피해를 시민과 환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시민과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 가운데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더 이상 환자와 시민들이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 환자, 노동자, 시민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 중심의 보건의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의료는 겉포장만 비영리일 뿐, 알맹이는 혼합진료 등 이윤 중심 의료가 난무하고 있다"며 "이윤을 추구하는 의료체계가 아니라 공공적인 의료체계로 전환을 요구한다. 공공의사 양성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에 정부가 적극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장은 회견에서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점철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비상식적이고 의료의 본령을 잊은 태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며 "하지만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며 극한의 대치가 계속되는 데는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배출되는 의사들이 인기과와 수도권으로 쏠리지 않고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 정원 확대와 함께 패키지 정책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의사들의 이기적이고 무도한 행태가 사태를 4개월째 방치한 정부의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변명의 여지 없이 모든 과정에서 미숙하고 무책임했다"고 주장했다.
의사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이서영 기획국장은 "정부가 어떤 의사를 어떻게 늘릴지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고 민간 의과대학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며 "의료를 정부의 정략적 수단과 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말고 공공의료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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