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의 위태로운 마음 건강··· “자살 생각 해봤다” 청년 평균의 4.4배
자립준비청년의 절반 가까이가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의 마음 건강이 위태롭다는 뜻이어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자립준비청년의 건강과 교육, 고용 등 자립실태와 지원 욕구를 조사한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가 되며 보호가 종료된 청년이다. 온라인 설문조사로 실시된 이번 실태조사에는 보호종료 후 5년 이내인 전체 자립준비청년 중 절반 가량인 5032명이 참여했다.
자립준비청년의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는 평균 10점 만점에 5.6점으로, 지난 조사(5.3점)보다는 높아졌지만 전체 청년(6.72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자립준비청년 중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5%에 달했다. 2020년(50%)보다는 3.5% 포인트 줄어들었으나, 전체 청년(10.5%)보다는 4.4배 많았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18.3%나 됐다.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주된 이유로는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가 30.7%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경제적 문제(28.7%), 가정생활 문제(12.3%), 학업·취업 문제(7.3%) 순이었다. 자립준비청년은 자살생각이 들 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도움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멘토(30.3%), 운동·취미 등 지원(24.7%), 심리상담 지원(11.0%), 정신과 치료지원(9.6%)을 들었다.
고립·은둔을 경험하는 비율도 높았다. 자립준비청년 중 ‘보통 집에 있거나 집(방)밖으로 안 나간다’고 답한 비율은 10.6%로 전체 청년(2.8%)의 약 3.8배였다. 집에 머무른다고 답한 주된 이유는 취업 문제(30.7%), 인간관계 문제(15.2%), 건강 문제(8.1%) 등이었다.
자립준비청년의 주거 환경을 조사한 결과 1인 가구가 69.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주거 형태별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량(45.3%)이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했다. 그 다음으로 월세(21.2%), 친척 집(6.9%), 전세(5.5%), 기숙사·학사(4.4%) 순으로 나타났다. 자립준비청년은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으로 ‘주거비 지원’(40.2%)을 꼽았고, ‘전세자금 대출’(15.3%), ‘주거상담·정보제공’(11.8%) 등이 뒤를 이었다.
자립준비청년의 대학 진학률은 69.7%로 2020년 조사(62.7%)보다 7%포인트 상승했으나, 한국 고등학교 졸업자 평균 대학 진학률(72.8%)보다는 낮았다. 대학 미진학 이유로는 빨리 취업하고 싶어서(51.2%), 대학에 가야 할 이유가 없어서(14.6%), 경제적으로 어려워서(11.3%),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8.8%) 등을 들었다.
전체 자립준비청년의 월평균 소득은 165만원으로, 2020년(127만원)보다 38만원 늘었다. 월평균 생활비는 108만원이었다.
고용률은 52.4%로 2020년(42.2%)보다 10.2%포인트 상승했지만, 20∼29세 청년 고용률(61.3%)보다는 낮았다. 임금근로자가 95.6%로 대부분이었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 임금근로자(정규직 또는 1년 이상 고용계약)가 77.6%였고, 임시직(1개월∼1년 미만) 18.0%, 일용직 4.4% 등의 형태로 일하고 있었다. 취업자의 월평균 급여는 212만원(세금 공제 후)으로 2020년(182만원)보다 16.4% 올랐다.
자립준비청년 중 실업자는 15.8%로 2020년(28.2%)보다 줄었지만, 20∼29세 전체 청년 실업률(5.3%)보다는 높았다.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일 경험 기회 제공(24.2%), 고용지원금(18.5%), 진로탐색 기회 제공(17.1%), 취업상담·정보(15.5%) 등을 꼽았다.
정부의 자립준비청년 지원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6점이었다. 보호종료 후 자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경제적 지원(68.2%), 주거지원(20.2%), 진로상담·취업지원(3.4%), 건강지원(2.5%) 등을 꼽았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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