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걸리자 '꽤액' 발버둥…"멧돼지 막아라" 드론 띄워 긴박한 추격전

영천(경북)=정혁수 기자 2024. 6. 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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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영천지역에서 야생멧돼지 ASF가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야간에 드론을 띄워 멧돼지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야생멧돼지 추격에 나선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드론에서 촬영한 열화상 자료를 보며 멧돼지 이동경로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야생 멧돼지를 질병 매개체로 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상륙한 건 2019년 10월 경기 파주의 한 양돈농장에서다. 돼지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ASF는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되며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상용화 된 백신이 없어 발생시 국가간 동물·축산물 교역에도 제한이 생긴다.

사육돼지의 경우, 2019년 시작된 ASF로 지금까지 총 40개 농장에서 총 52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피해 3000억원 규모) 돼 국내 양돈업계와 농장에 적지않은 피해를 입혔다. 또 야생멧돼지 ASF도 같은기간 전국 42개 시·군에서 총 3716건이 발생했다.

농식품부, 환경부 등 방역당국이 철저한 사전·사후 방역활동에 나서면서 피해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ASF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발생 지역도 △2019년 북서부 접경지역(연천,철원 등)을 필두로 △2020년 강원북부 △2021년 강원 전역및 충북 북부(단양,제천) △2022년 충북및 경북 확산 △2023~2024년 경북을 중심으로 부산까지로 확대되는 추세다.

다행인 건 그 발생 빈도와 주기가 예전과 달리 방역당국의 통제 범위내에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ASF가 발생한 경북 영천지역은 방역관계자들과 멧돼지를 뒤쫓는 엽사들의 추격전이 한창이었다.

엽사 경력 30년째인 김양섭 야생생물관리협회 영천시지회장은 "복숭아 등 계절과일이 익어가다 보니 야생멧돼지들의 활동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멧돼지들이 무리를 지어 움직이면 반경 4~5km내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 보니 농작물과 과수피해가 적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인터뷰 도중 휴대중인 GPS단말기를 꺼내 보이며 "지금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야산에 우리가 설치해 놓은 포획장치에 멧돼지가 걸려 들었다는 신호가 들어왔다"며 "현장으로 이동해 포획된 야생멧돼지를 직접 보여 주겠다"며 기자와 관계공무원을 안내했다.

경북 영천시 인근 야산에 설치된 포획트랩에 잡힌 야생멧돼지 새끼./사진=정혁수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새끼 멧돼지 한 마리가 "꽤~애액" 소리를 지르며 포획트랩에 걸린 뒷다리를 빼내기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김씨는 "멧돼지 개체 수가 늘다보니 이렇게 이동경로에 설치해 놓은 장치에 걸려든 마리 수가 적지 않다"고 했다.

'멧돼지 추격'은 열화상드론의 촬영정보를 활용하는 전문 엽사들의 총기포획과 새끼멧돼지의 경우에서 처럼 장치를 활용한 포획 등 양동작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를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한 야생멧돼지 서식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멧돼지 개체 수는 2019년 16만397마리에서 2023년 7만7239마리로 줄어든 상태다.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이를 위해 ASF 발생이 최초 강원도 접경지역 발생후 산악지형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긴급 수색반 가동 △탐지견 투입은 물론 △열화상 드론을 활용한 엽사 포획 △전문포획단 투입 △지자체 피해방지단 △환경부 수색반 운영(낙동강청 14명, 대구청 88명) 운영 등 적극적인 포획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야생멧돼지들의 이동경로를 보면 점진적으로 남하(南下)하면서 서진(西進)하는 추세"라며 "멧돼지 이동 예상 경로에 포획 트랩을 설치하고 전문포획단을 투입해 ASF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 영천지역에서 야생멧돼지 ASF가 발생하면서 인근 마을마다 방역당국의 집중포획 활동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사진=정혁수

야생멧돼지 포획·수색 방역 못지않게 사체처리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발생지역 지자체에는 사체보관 창고를 설치·운영토록 의무화했을 뿐만아니라 사체보관 창고 전담관리인을 지정해 관리토록 했다. 또 사체이동 과정에서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소독발판 설치, 사체창고 소독 등 방역관리도 대폭 강화했다.

농식품부 역시 가축방역관리시스템(KAHIS)을 고도화 해 ASF발생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ASF가 발생할 경우, KAHIS를 이용해 방역대(10km 이내)에 위치한 농가에 SNS로 관련 정보(멧돼지 출몰, 포획 등)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지자체 환경부서와도 이를 공유함으로써 야생멧돼지 ASF 방역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축사방역과 사료관리 등 농장 단위에서의 ASF 방역관리도 강화했다. 축사내 저장되어 있는 사료를 폐사 멧돼지와 접촉한 야생 들짐승(쥐, 조류, 길고양이 등)이 섭취하면서 교차 오염의 우려가 있는 만큼 울타리 보강, 사료 보관시설 진입 차단 등 시설도 적극 개선했다.

경북 영천시 운동장로 인근에 위치한 야생멧돼지 사체 보관창고. 이 곳에서는 멧돼지 포획후 바이러스 양성/음성 결과가 나올때까지 사체를 냉동보관한다./사진=정혁수
농식품부 방역정책국 관계자가 영천시 환경보호과 직원과 야생멧돼지 사체보관창고 운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정혁수

또 농촌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 이들 외국인 노동자 등 작업자에게도 멧돼지 출몰 정보, 활동 범위 등에 대한 정보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야생멧돼지 ASF발생 지역에서 수확한 신선할 풀 또는 곡물 급여시 ASF바이러스 유입가능성이 큰 만큼 ASF 바이러스 비활성화 처리를 하거나, 최소 30일 이상 보관후 사료를 급이하도록 했다.

그동안 민간인 접근이 어려운 군부대와 민통선 지역에서의 방역관리도 강화해 인근 지역으로 ASF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국방부와 협조하에 폐사체 신고를 활성화하고 접경지역 부대 인근 마을 대민지원 활동시 인력·차량 등에 대한 소독을 강화하고 야생동물에 대한 음식물류폐기물 급여를 금지토록 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올들어 야생멧돼지 ASF가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빈발하고 있지만 방역당국이 과거와는 차별화된 차단대책을 수립해 대처하고 있는 만큼 현장 농장 관계자들도 방역수칙 등을 잘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천(경북)=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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