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위해 탄소 시장 활성화돼야” 기후 전문가 한목소리

2024. 6. 2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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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 경제 실현을 위한 탄소시장과 기업 전략’



“한국은 온실가스 상위 배출국이면서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낮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CD)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넷제로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류상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5월 30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2024’의 ‘넷제로 경제 실현을 위한 탄소시장과 기업 전략’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동아시아재단은 탄소시장에서의 국가 및 기업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기후·환경 세션을 열었다. 동아시아재단 측은 “전 세계가 기후변화의 광풍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함과 동시에 경제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아직 보조적인 수단이기는 하지만 규제적 탄소시장이 지체되는 가운데 자발적 탄소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도들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는 공짜가 아니다’.. 의무 시장과 자발적 시장 부상 

‘탄소는 공짜가 아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탄소가격제는 탄소에 가격을 매겨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방법론을 의미한다. 글로벌 탄소시장은 1997년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출발한 ‘규제 시장’과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민간이 주도한 ‘자발적 시장’ 두 개 축으로 성장해 왔다. 규제 시장의 대표주자는 배출권 거래제(ETS)다. 유럽연합(EU)이 세계에서 가장 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고, 한국도 2015년 ETS를 채택한 후 4차 기본계획을 연내 수립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탈(脫) 탄소 기조 강화로 기업들의 넷제로 선언이 잇따르면서 자발적 탄소시장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 자발적 탄소시장이 500억 달러로 2021년보다 50배 커질 전망이다. 미국 베라의 VCS, 세계자연기금(WWF) 및 국제 비정부기구(NGO) 기관이 설립한 골드스탠다드(GS), 원록 인터내셔널의 ACR 등이 주요 발행 기관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최근 2년 사이 배출권의 품질 문제, 그린워싱 이슈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장 정화 작업을 거치는 중이다. 아직 신뢰성 회복이 과제로 남아 있지만, 2030년까지 신속한 온실가스 감축이 절박한 상황에서 잔여 배출량은 고품질 탄소배출권을 활용하는 것이 넷제로에 이르는 현실적인 전략으로 유효하다.

이날 세션에선 글로벌 4개국의 기후변화 대응 전문가들이 모여, 각국 탄소 시장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류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피에르 밀렛 유럽자동차제조협회 최고기술책임자, 류홍민 환경보호기금 베이징 대표사무소 탄소시장팀장, 문승희 SK C&C 매니저, 알렉스 프록턴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 데이터솔루션 및 인사이트 매니저가 발표자로 참여했다.

먼저, 피에르 밀렛 유럽자동차제조협회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유럽에서의 탄소 감축 사례를 나눴다. 피에르 밀렛 CTO는 “EU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별 목표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거나 탄소배출권을 양도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제제를 하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 관련해서 2035년까지 유럽 내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고 무공해차로 바꾸는 야심찬 목표를 추진 중으로, 중간 목표로서 이산화탄소를 2025년에는 15%, 2030년까지 50%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기술의 전환을 넘어 사회적 변화, 소비자 습관의 변화, 산업의 변화를 요구한다”며 “현재 유럽에서는 ‘중장비 차량’을 포함하는 충전 인프라 구축과 지속가능한 연료 개발이 중요한 과제다”고 강조했다.

피에르 밀렛 CTO는 또한 “유럽 배출권거래제는 2005년 이후 탄소배출량을 41% 감소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배출권거래제가 EU의 기후목표인 '핏포55(Fit for 55)'에 따라 해상 운송, 그리고 건물과 도로 운송으로 확대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유럽 사례에서의 시사점으로 “달성 가능한 탈탄소 목표 설정과 저탄소 차량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을 중요하게 언급했다.

미국의 탄소 감축 전략은 '상향식'

이어 두 번째 발표자는 알렉스 프록턴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 데이터솔루션 및 인사이트 매니저가 맡았다. 알렉스 프록턴 매니저는 현재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국제 비정부기구(NGO)에서 탄소 시장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탄소 감축 전략은 주로 상향식 접근 방식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렉스 프록턴 매니저는 “미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개발과 메탄 배출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의 완화와 감축은 개별 산업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스 프록턴 매니저는 “미국에선 주별로 탄소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점이 EU와의 차이점”이라며 “최근 미국 정부가 자발적 탄소 시장에 관한 첫 성명을 발표하며, 고품질의 크레딧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계획에 대해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알렉스 프록턴 매니저는 최근 자발적 탄소시장의 자정 노력과 관련해서 “자발적 탄소시장 청렴위원회(ICVCM),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와 같은 민간 조직들이 고품질 탄소배출권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실행 규범을 제공하는 등 자발적 탄소시장의 기준이 더 강화되고 있다”며 “프로젝트의 추가성(additionality),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캘리포니아 캡앤트레이드 시스템(CCA)에서 보듯이 자발적 시장과 규제 시장의 통합이 지속될 것이다”며 “상쇄 배출권으로 사용될 수 있을 만큼 자발적 탄소시장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표는 류홍밍 환경보호기금 베이징 대표사무소 탄소시장팀장이 맡았다. 그는 탄소가격 책정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전문가로서, 중국 배출권거래제와 자발적 탄소시장을 관리하는 등 중국의 국가 탄소시장 관련 업무에 깊이 참여하고 있다.

류홍밍 탄소시장팀장은 “중국의 배출권 거래제는 2019년과 2021년 두 번의 사이클이 진행됐으며, 전력 생산과 관련해 2천 개 이상 기업들에게 참여를 요구했다”며 “이는 중국의 전체 탄소 배출량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고 덧붙였다.

류홍밍 탄소시장팀장은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고 2020년 NDC를 업데이트하면서, 2005년과 비교해 GDP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5% 이상 줄이고, 에너지 소비에서 비화석연료 비율을 25%로 증가시켰다”며 “2030년까지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용량을 120 억 킬로와트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비의 약 40%가 중국에 설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중국은 자연 기반 해법(NBS)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상업용 벌목을 줄이고 산림의 보호 및 보존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며 지난 20년 동안 10억 에이어 이상의 산림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메탄 배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 연사로 나선 문승희 SK C&C 매니저는 한국의 탄소 시장 현황과 기회에 대해 발표했다. 문 매니저는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위기뿐 아니라 기회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매니저는 “한국에서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자발적 탄소 시장을 검증하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지적하지만, 의도적인 침묵을 선택하는 ‘그린허싱(greenhushing)’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노력과 성과에 대해서도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기후 기술의 중요성도 크다”며 “이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류 교수는 “그린워싱을 비롯해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데이터’가 중요하다”며 “투명한 시스템을 갖춰,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받는 탄소 시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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