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재산분할금 안주고 “집에서 나가라”는 남편... 법원 판단은?

양은경 기자 2024. 6. 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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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상징 로고. /뉴스1

사실혼 관계의 여성에게 재산분할금을 주지 않은 채 함께 살던 집에서 나가라는 소송을 낸 남성에게 법원이 “재산분할금을 받는 동시에 나가라”고 판결했다.

한번씩 이혼 경험이 있는 A씨와 B씨는 2016년부터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B씨 소유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그러나 다툼이 잦아졌고, 2021년 아내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사실혼 해소’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 및 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사실혼으로 인정되면 실질적인 부부로 가정을 꾸려왔다고 보기 때문에 이혼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은 두 사람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면서 B씨가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갖는 대신, A씨에게 재산 분할금으로 2억2670만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판 도중 B씨는 작년 10월 A씨를 상대로 “아파트에서 나가라”는 소송을 냈다. 사실혼 관계가 끝났으니 내 집에서 나가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갈 때가지 매달 170만원의 월세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 측은 “재산분할금을 다 받아야 나갈 수 있다”고 버텼다.

일반적으로 ‘사실혼 해소’와 ‘부동산 인도’는 별개의 사건이어서, 이런 주장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최종원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A씨는 2억2670만원을 받는 동시에 부동산을 인도하고, 2023년 12월 15일부터 나갈 때까지 월 170만원씩 계산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아파트 인도 의무와 B씨의 재산분할금 지급 의무는 공평의 관점과 신의칙에 비춰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동시에 이행돼야 한다”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혼 소송에서는 재산분할금 지급과 동시에 아파트 등기를 넘겨주라는 판결은 종종 나오지만, 부동산 인도 소송에서 ‘재산분할금 지급’을 조건으로 명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 SK측이 노소영 관장이 운영하는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서린빌딩에서 나가 달라고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이혼 소송과 별개로 “계약이 해지됐으니 나가라”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한 하창우 변호사(전 대한변협회장)는 “이혼 혹은 사실혼 해소 소송에서 재산분할금 지급과 부동산 인도 사이에 동시이행관계를 인정한 첫 판결”이라며 “법원이 여성 보호를 위해 법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경우로, 유사 사건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혼 후 재산 분할금을 못받은 상태에서 집에서 쫓겨나게 생긴 경우 보호막이 될 수 있는 판례라는 것이다.

양측의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항소할 경우 이 같은 법리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한 현직 판사는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부분이 있지만, 전혀 별개의 사건에서 동시이행관계를 인정한 부분이 상급심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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