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의 코스피 상장, 정체된 한국 게임산업계 흔들어 깨울까?

남정석 2024. 6.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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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25일 시프트업 IPO 간담회에서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시프트업

"초심을 잃지 않겠다."

국내 게임사 판도를 뒤흔들 거대한 '메기'가 등장한다. '승리의 여신: 니케'에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연달아 흥행에 성공한 시프트업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3년에 설립, 신생 게임 개발사를 이제 막 벗어난데 불과한 시프트업은 이례적으로 코스닥도 아닌 코스피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희망 공모가가 최상단인 6만원에 확정될 경우 시가 총액은 무려 3조 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 경우 크래프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2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3대 게임사에 이어 국내에 상장한 게임사로는 4번째로 높은 시총을 기록하며 다소 정체돼 있는 게임산업계를 흔들어 깨울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IPO(기업공개) 간담회에서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는 기업가치가 다소 고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동서양 모두에서 그리고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우수한 인력과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저비용 고효율의 개발을 하고 있다. 상장 이후에도 개발 중심의 회사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확실하게 성공하는 게임을 신중하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시프트업의 코스피 시장 상장을 이끈 히트작 '승리의 여신: 니케'
 ◇시프트업이 지난 4월 PS5용으로 출시한 하이엔드급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

▶블루오션 개척

시프트업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코스피 시장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남다름'이라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단순히 편승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는데, 시장 트렌드가 바뀌면서 어느새 이를 이끄는 '리더'가 된 것이다.

2016년 첫 작품으로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데스티나 차일드'를 선보이며 마니아층이 즐기던 일본 미소녀 애니메이션풍의 서브컬처 게임을 조금씩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이어 이 자산을 바탕으로 역시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하는 슈팅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를 2022년에 출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며 1년여만에 1조원 매출을 찍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미 검증된 고품질 그래픽에 역동적인 플레이가 특징인 PS5(플레이스테이션5) 전용 '스텔라 블레이드'를 지난 4월에 출시,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PS나 X박스, 닌텐도 시리즈 등 게임 전용 기기인 콘솔은 여전히 북미와 유럽에선 대세 플랫폼이지만 그동안 온라인과 모바일게임 개발에 집중한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들에겐 성공하기 힘든 '넘사벽'과 같은 존재였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오래 기간 연구개발(R&D)를 하며 기술을 축척, 글로벌 시장 공략이 가능한 하이엔드급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를 선보이며 한국 게임 개발의 역량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승리의 여신: 니케'의 경우엔 중국의 텐센트, '스텔라 블레이드'는 일본의 소니 등 각자의 플랫폼과 장르에서 독보적인 두 회사가 개발 단계부터 적극 참여했고 품질관리(QA) 기준을 만족시키며 퍼블리싱에 나설 정도로 확실한 개발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경우도 사실상 시프트업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다른 AAA급 게임과 비교해 개발 기간은 3분의 2로, 투입 인력과 개발 비용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고 시프트업은 강조했다.

▶게임사 판도 뒤흔들다

결과적으로 경쟁사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블루오션' 시장을 거침없이 개척한 배경은 단연 김형태 대표의 존재감 덕이라 할 수 있다.

'창세기전'과 '마그나카르타' 시리즈에서 메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한데 이어 엔씨소프트의 대작 '블레이드&소울'의 그래픽을 총괄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원화가로서 입지를 다진 후 시프트업을 창업했다. 일본의 문화 콘텐츠와 콘솔 게임을 좋아하는 이른바 '덕후'라 할 수 있는데, 직접 그 시장에 뛰어들어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로서 큰 성공을 거두며 상장까지 앞두게 된 것이다.

오는 7월 2~3일 일반공모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는 시프트업 전체 지분의 39.05%(2266만 1370주)를 보유, 공모가가 6만원으로 확정될 경우 1조 36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며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 넷마블 방준혁 의장,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등과 같은 창업자 출신의 '게임 갑부' 반열에 오르게 됐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젊은 1978년생(46세)으로, 여전히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기에 시프트업의 경쟁력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프트업은 차기작 개발부터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 개발 효율성을 높여 고품질의 게임을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엇보다 지난 2021년 크래프톤 이후 3년만에 코스피에 직상장하는 게임사가 등장하면서 업계의 위상 제고와 함께 상당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과 시프트업의 사례에서 보듯, 기술력과 결합된 차별화된 IP나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켜야 투자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상장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크래프톤의 경우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49만8000원의 공모가로 인해 일반 공모 경쟁률이 7.79대 1에 그쳤다. 상장 이후 이에 대한 부담으로 주가가 한 때 14만원대까지 추락했고, 26일 현재 주가도 29만원대로 공모가의 58% 정도에 머무는 등 투자자를 실망시킨 점은 시프트업에겐 반면교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IPO 시장이 과열 수준이라 희망 최대 공모가인 6만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는데다, 시프트업의 미래가치에 관심이 집중될 경우 지난 2020년 9월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의 역대 게임사 사상 최다 공모액(58조 5540억원)도 넘어설 수 있을지 기대된다. 또 만약 상장 이후 시프트업의 주가가 최소 8만원 중반대까지 다다를 경우엔 4조원대에 머물고 있는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를 뛰어넘으며 크래프톤(약 14조원)에 이어 국내 게임사 시총 2위까지 치고 오를 수도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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