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조절이 필요한 '탁재훈의 입'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방송가는 '입담꾼'들의 장이다. '말발'로는 누구에게도 안 진다는 이들이 모였다. 하지만 그 안에도 서열이 있다. 숱한 연예인들이 '사석에서 가장 재미있는 연예인'으로 가수 겸 방송인 탁재훈을 꼽곤 한다.
탁재훈의 화법은 '툭툭 던지기'다. 대본대로 간다는 느낌도 없다. 각 상황에 맞는 '농담 따먹기'가 핵심이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에 적당한 섹드립, 그리고 연예계 마당발답게 다양한 인맥을 통한 뒷이야기 등이 맞물리며 전무후무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래서 '악마의 재능'으로 불리곤 한다.
하지만 그의 말장난은 아슬아슬하다. 개개인에 따라서는 다소 '지나치다'고 느낄 말한 화법을 구사한다. 농담은 '상대방이 기분이 나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그런데 탁재훈의 말에 표정이 식는 연예인의 모습을, 대중은 오랜 기간 봐왔다. 하지만 '워낙 웃겨서' '원래 스타일이 그러니까' '탁재훈 만한 사람이 없으니까' 등의 이유로 방송가도, 대중도 용인하고 중용했다.
그러다 사달이 났다. 그가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에서다. 구독자 171만 명을 보유한 인기 채널이다. 취조실로 꾸며진 스튜디오로 그가 유명 연예인들을 초대한 후 취조하듯 대화를 이어가는 토크쇼다.
'노빠꾸 탁재훈'은 지난 19일 공개된 영상에서 일본 유명 AV 배우인 오구라 유나를 초대했다. 그가 지난해 이 채널에 출연한 영상은 현재 조회수 1200만 회를 넘어섰다. 그래서 새로운 시즌을 소개하며 '레전드 재소환'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그를 취조실에 앉혔다.
이 날 오구라 유나는 MC로 참여한 걸그룹 시그니처 멤버 지원에게 "인기 많을 것 같다. 몸매가 좋으니까. 꼭 데뷔해 달라"면서 "진짜 톱 배우가 될 수 있다. 내가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또 다른 MC인 신규진이 "(지원씨를) 지켜야 해요"라며 만류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다른 출연자들은 오구라 유나의 발언을 딱히 제지하지 않아 도마에 올랐다. 결국 제작진은 논란이 된 장면들을 삭제했고 사과문을 올렸다.
여기까지는 탁재훈 입장에서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그가 직접 지원에게 AV 출연을 권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제작진은 "이번 이슈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불찰이며, 시청자들이 우려하시는 바와 같이 새롭게 MC 합류한 지원씨에 대한 배려가 없었음을 인정하여 이에 제작진은 지원씨 본인과 C9엔터테인먼트 관계자를 만나 진심 어린 사과를 전달했다"고 밝히며 "또한 녹화 현장에서, 지원씨에게 질문한 내용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탁재훈씨는 만류하였으나 현장의 재미만을 위해 편집 과정에서 탁재훈씨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게 편집이 된 점에 대해서도 탁재훈씨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탁재훈을 둘러싼 논란은 이 영상 직후 공개된 걸그룹 카라 멤버 니콜 편에서 더욱 거세졌다. 이 영상의 제목은 '니콜라스케이지 니콜라요키치 니콜키드먼한테 인지도 밀린 그냥 니콜'이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니콜에 대한 예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이 영상에서 탁재훈은 카라를 향해 "다 노땅들 아닌가. 지금 새로운 아이돌들이 얼마나 올라와 있는지 모르냐"면서 카라 멤버들을 '아줌마'라고 칭했다. 탁재훈의 발언을 니콜이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표정과 반응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탁재훈은 무신경한 듯한 표정으로 "카라가 오랜 세월이 지나지 않았나. 신곡이 별 반응 없었지 않냐"고 덧붙였다.
니콜 편이 또 다른 논란을 부르며 오구라 유나 편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도 되살아났다. 물론 두 영상이 불러온 논란의 결은 같지 않다. 하지만 공통분모는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진행이다. 조회수를 위한 재미는 있을지언정,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앞서 제작진은 "'노빠꾸'의 콘셉트로 남성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으나 과분한 사랑과 관심으로 채널이 성장함에 따라 저희의 불찰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심도 깊게 인지를 못 한 점 또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시청 타깃이 '남성'이라는 뜻인데, 그렇다고 해당 논란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논란이 된 대화의 당사자인 니콜이나 지원이 탁재훈을 비롯한 MC들의 발언을 가볍게 웃어넘겼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당황한 눈빛과 반응에서 대중 역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 '시청 타깃인 남성'이 아닌 일부의 의견으로 가볍게 넘긴다면 제작진과 탁재훈의 왜곡된 판단은 더 날 선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11월 '노빠꾸 탁재훈'에 출연했던 가수 이효리의 일침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이효리는 "유튜브 보니까 말 잘 못할 것 같은 착한 여자애들만 불러서 요리 굴렸다 조리 굴렸다 (하더라)"라면서 "두 분이 아주 꼴 보기 싫더라. 막 농락하고"라고 꼬집었다. 웃으면서 나눈 대화였지만 당시 이효리의 지적은 많은 공감을 샀다. 그들의 발언 수위가 고르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약자'로 분류되는 특정 연예인을 대상으로 더욱 노골적인 탓이다.
물론 유튜브 채널이라는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숱한 유명 유튜버들이 훨씬 자극적이고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으면서도 어머어마한 구독자를 모으고 높은 조회수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탁재훈을 바라보는 이중 잣대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논란의 유튜버들이 방송법의 영역 아래 있는 TV로 진출해 수위 높은 발언을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콘텐츠인 만큼 제작진이 섭외 과정에서 필터링을 하고, 혹여 섭외하더라도 편집 과정에서 이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돌려 생각할 때 탁재훈이 유튜브 채널에서 활동한다고 마냥 고삐가 풀리는 것은 위험하다. 그는 여러 지상파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MC이기도 하다. 그가 내뱉는 말의 무게와 신뢰도까지 고려하며 신중하게 말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방송인의 자세라 할 수 있다. 연예인과 유튜버 사이, 그의 적절한 줄타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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