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특례대출 후폭풍?…“9억원 이하 주택 씨가 마른다”

조문희 기자 2024. 6. 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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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기준 ‘사실상 폐지’
9억원 이하 주택 수요 몰려…거래량‧가격 자극 우려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하면서, 특례대출 적용 대상인 9억원 이하 아파트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하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으로 수요가 쏠리는 분위기다. 이미 기존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된 지난 2월부터 지원 대상에 해당되는 9억원 이하 주택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소득 기준까지 풀려버리면 집값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매매 계약이 체결된 서울 9억원 이하 아파트 수는 2154건으로 집계됐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되기 전인 1월 1416건에서 52% 증가한 수치다.

자치구별로 보면 노원구(324건), 구로구(190건), 성북구(189건), 강서구(163건), 은평구(132건) 순으로 많이 거래됐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도 상대적 외곽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나 마포‧용산‧성동구 등 다른 지역에 비해 9억원 이하 주택 비중이 큰 곳이라,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노원구의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수는 1월 183건, 2월 210건, 3월 276건, 4월 282건, 5월 324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귀해진 '9억원 이하' 매물…거래량 늘고 가격 오르고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 많은 지역은 평균 매매 가격도 높아졌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 데이터에 따르면, 1월 평균 5억5673만원이던 노원구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6월 8% 오른 6억395만원으로 집계됐다. 강서구의 경우 같은 기간 7억2859만원에서 8억5618만원으로 올라 18% 높아졌다. 구로구(11%), 성북구(5%), 은평구(5%) 등도 모두 올랐다.

단지별로 보면 이른바 '9억원 키 맞추기'가 진행되는 사례도 나온다. 7~8억원대이던 아파트 가격을 9억원대에 근접하게 올리는 것이다. 일례로 서울 마포구 산천동 '한강타운' 59㎡는 올해 초 7억원 후반대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실거래가가 8억원 초반대로 뛰더니 현재 부동산 플랫폼에는 9억원 초반대에 매물이 다수 올라와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9억원을 넘어버린 아파트 사례도 상당하다. 양천구 신월동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59㎡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8억 중반대에 실거래가 형성됐는데, 지난달부터 9억원 이상의 실거래가 기록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매물로 나온 다수의 아파트도 9~10억원에 호가가 형성돼있다.

시장에선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씨가 마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마포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급매를 내놓은 집주인들에게 특례대출을 받아야 하니 9억원에 가격을 맞춰달라고 하면 고려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지역에 상관없이 9억원 이하 매물이 워낙 귀해져서 몸값이 크게 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례대출 확대하고 규제 완화 논의까지…"집값 자극 우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입양한 무주택가구나 1주택가구(대환대출)에 연 1~3%대 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구입자금 대출 대상 전용면적은 85㎡ 이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된 올해 1월29일부터 4월 말까지 석 달간 1만4648건, 3조9887억원 규모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여기에 하반기부터는 소득 기준이 완화된다. 당국은 지난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발표에서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을 기존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완화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시행 시기는 아직 협의되지 않았으며, 3분기 이내인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부터는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소득 기준을 2억5000만원까지 완화해, 사실상 소득 기준을 폐지한다고도 밝혔다.

아이를 낳은 신혼부부라면 소득과 관계없이 모두 특례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업계에선 수요가 더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 속 정치권에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논의까지 시작되면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부분의 신생아 출산 가정이 저리 대출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돼 시장 회복 기대감이 높은 수도권 거주자의 내 집 마련 욕구가 커질 수 있다"며 "입주 물량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은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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