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상주의 올림픽 중계, 이번에는 바뀔 수 있을까[스경X현장]

하경헌 기자 2024. 6. 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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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방송단 발대식’에 참석한 KBS 박세리 해설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KBS



지난 2020 도쿄올림픽, 현지의 열기와 함께 국내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화두는 바로 ‘아름다운 4위’였다. 당시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에서는 다이빙 우하람, 기계체조 류성현, 역도 이선미, 사격 한대윤, 근대 5종 정진화 등 총 12개 종목에서 4위가 나왔다.

올림픽에서 4위는 그동안 조명받지 못하던 성적이었다. 은메달만 따도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고개를 숙이던 분위기에서 포디움도 올라가지 못하는 4위는 그늘에 가려있었다. 하지만 지난 도쿄올림픽 4위를 한 선수들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제대회를 보는 새로운 시선이 정립됐다.

스포츠 국제대회에서의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는 선수들의 목표 의식에서도 기인하지만 이를 보는 방송사 중계단이나 보도 매체들의 자세에서도 기인한다. 2024 파리올림픽에 방송단을 보내는 KBS의 해설위원들이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조금 더 과정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 조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26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방송단 발대식’에 참석한 KBS 김준호 해설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KBS



파리올림픽 KBS 방송단 주요 해설위원들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발대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파리올림픽 주요 프로그램의 MC를 맡은 방송인 이현이, 송해나를 비롯해 이재후 캐스터, 박세리(골프), 기보배(양궁), 김정환, 김준호(펜싱), 이원희(유도) 해설위원과 홍주연 아나운서가 참석했다.

거의 선수 시절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이들은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냉철한 분석과 노력에 대한 박수를 잊지 않는 해설을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양궁을 담당하는 기보배 해설위원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는 선수들에게는 꿈의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선수들이 땀을 흘렸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은 선수 시절 느꼈기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노력을 시청자들의 감동으로 잇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펜싱의 김준호 해설위원도 “1등은 중요하지만, 아직 문화 자체가 2, 3위가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올림픽에 가기 전 메달 가능성을 중심으로 인터뷰가 이뤄진다고 보는데, 가능성을 보고 취재도 해주신다면 당연히 해설도 선수 위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26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방송단 발대식’에 참석한 KBS 기보배 해설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KBS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잇달아 골프 여자대표팀을 이끌었던 감독 출신의 박세리 해설위원은 조금 더 구체적인 소신을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많이 느꼈던 부분인데 언론에서도 그렇고 모든 걸 성적으로 평가하려는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도 노력 없이 그 자리까지 가진 않는다. 열심히 하고 운이 좋게 노력만큼 실력이 좋아서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니 선수들에게도 부담이 된다. 물론 메달 색깔도 중요하지만 4년의 노력을 단 1분 안에 쏟아붓는 것은 굉장한 부분이다”라며 “언론도 그렇고 성적에 연연하시는 분들도 있다. 선수들도 죄인이 된 것처럼 인터뷰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다. 지난 올림픽부터는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성적이 중요하지만, 올림픽 출전 자격이 메달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세리 위원은 “해설하는 입장에서 냉정히 잘못된 것을 짚겠지만, 과정을 갖고 이야기는 안 할 것 같고 노력과 결과 그리고 성적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것 역시 분위기가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26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방송단 발대식’에 참석한 KBS 이원희 해설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KBS



하지만 유도의 해설위원을 맡은 이원희는 “물론 과정도 중요하지만, 올림픽은 국가를 대표해 나가는 대회다. 성적에 대해 무턱대고 위로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며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 동메달’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런 것은 없다. 그럴 거면 다 동메달 따지 않겠냐”고 다른 소신을 밝혀 웃음을 주기도 했다.

물론 해설위원 사이에서도 조금씩 의견이 갈렸지만,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자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분위기였다. 대한체육회에서도 금메달 5개를 희망 목표로 삼고 있는 이번 올림픽은 성적으로는 예전 분위기를 기대할 수 없는 대회인 것도 객관적인 사실이다.

과연 올림픽 성적에 대한 대중의 달라진 분위기를 방송사 중계가 잘 받아안고 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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