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의결정족수’ 기자회견 연 김용원·이충상…왜 시급한지 설명 못했다
법원도서관 갑질 의혹에 이충상 “여직원이 오히려 갑질”
직장내괴롭힘 의혹에 김용원 “이성적으로 평온하게 대화”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을 비롯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6명의 위원이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이 전원위원회에서 표결이 부쳐지지 않은 데 항의의 표시로 “송 위원장이 주재하는 전원위원회 출석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 안건이 왜 시급하고 인권 증진을 위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26일 오전 인권위 10층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두환 위원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법령 어디에도 송두환 위원장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재적위원 과반수의 표결요구를 묵살하고, 심지어 다음 회의에서는 의결하기로 한 약속마저 깨뜨려 신뢰를 배반할 권한을 준 바 없다”고 밝혔다. 이들과 뜻을 함께한 나머지 이들은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비상임위원이다.
두 위원의 기자회견은 지난 24일 전원위원회에서 의결이 보류된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 표결 과정의 문제점을 기자들에게 설명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전원위에서 두 위원을 비롯한 6명은 “안건 찬성자가 과반을 넘으니 빨리 표결에 부치자”고 했으나 송두환 위원장은 “행정법원의 판결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표결은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다”면서 의결을 구하는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 인권위는 이날 두 위원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7월26일 행정법원의 선고가 예정돼 있는 점 들을 감안해 표결처리를 유보했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6명이 찬성하는 소위원회 정족수 안건은 인권위법 제13조2항 “상임위원회 및 소위원회의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규정의 해석을 둘러싼 것으로 24일 전원위에서 6명의 위원이 요청한 의결주문은 “1. 소위원회에서 진정사건 인용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 소위원회 위원장은 부결 선언과 함께 진정의 기각 또는 각하를 선언하여야 한다 2. 소위원회의 구성위원 수를 4명으로 한다”는 것이다. 4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과반 정족수로 안건을 처리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2대2로 의견이 나뉠 경우 자동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소위 의결방식 변경에 반대하는 위원들은 “이 안건을 다수결로 처리하는 것은 김용원 위원의 불법 행위를 사후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원 위원은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 의결을 발의하기도 전인 지난해 8월1일 정의연 수요집회 보호 건(침해1소위)에 이어 올해 1월30일 박정훈 대령 피해구제 진정 건을 처리하는 소위원회(군인권소위)에서도 본인이 독단적으로 해석한 대로 기각 결정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 위원은 “본인의 법리 해석이 맞고, 위원 과반수가 본인 뜻에 찬성한다”는 식으로 이러한 결정을 합리화해왔다.
이에 따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인권위를 상대로 수요집회 보호 진정 기각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는데, 오늘 7월26일 1심 선고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만약 기각결정이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위원회에서 소위 의결정족수문제를 의결해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진다. 두 위원은 이날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들은 “22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 안건이 그렇게 시급하냐. 인권 증진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집중적으로 물었으나 “가결도 부결도 아닌 교착상태로 1년이고 2년이고 있으면 진정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각당한 진정인은 기각결정의 내용이 위법하면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신속히 제기해서 결론을 얻는 게 낫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충상 위원은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뀔 때와 같은 충격”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현재 6개 소위원회에서 이른바 정족수 문제로 ‘가결도 부결도 아닌 상태로 교착상태로 1년이고 2년이고 있다가 3대 0이나 0대3이 돼야 결론 나는 상황’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이 안건 의결을 반대하는 위원들의 입장이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역시 시일이 걸리거나 돈이 든다. “안되면 빨리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해결하라”는 김용원·이충상 위원의 논리는 “진정인에게 비용이 들지 않는 인권위 말고 소송비용을 들여 해결하라”는 말과 같다.
이충상 위원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서미화 의원이 제기한 “법원도서관 출입 때 여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질문에 “그동안 도서관을 자유롭게 입장해왔는데 안된다고 해서 문제제기했다. 그 여직원이 오히려 불친절하게 갑질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용원 위원은 “직원에게 확인서를 강요해 해당 직원이 충격받고 병가를 간 사실”에 대한 질문에 “기관에서 결재자가 하급자에 대해서 그 정도의 업무상의 지적도 할 수 없는 것이냐. 대화가 아주 이성적으로 평온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 들은 인권위 관계자는 “(김용원 위원이) 흥분해서 윽박질러놓고 또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녹음을 한다면서 자기 핸드폰을 들자 갑자기 차분한 음성으로 바뀌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9월3일로 공석이 되는 차기 인권위원장 자리에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이충상 위원은 “지망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혔으나, 김용원 위원은 “임명권자와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김용원 위원은 본인이 13일 상임위원회에서 한 “기레기가 쓰레기 기사를 쓴다”는 발언에 대해 기자들에게 직접 사과할 의향이 없냐는 질문에는 “비공개회의 때 발언을 했고 그 발언 내용을 사무총장이 소개했던 것”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이에 대해 박진 사무총장은 “김용원 위원이 공개회의를 시비 걸어 비공개한 상태에서 기레기라 했고, 이는 정보공개 청구나 국회에서 요구하면 가림없이 나가는 공개회의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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