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반복되지 말아야”…시민사회 재발방지책 마련 촉구
26일 오전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아리셀 앞. 노동·종교·법조·정당 등 시민사회 인사들은 ‘위험의 이주화 즉각 중단하라’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 쟁취!’ 등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어두운 표정으로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진상규명과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한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보장도 주문했다.
시민사회 인사들로 꾸려진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칭)는 이날 “이번 화재는 유해위험에 대한 관리를 사업장에만 맡기는 현재 관행이 빚어낸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참사”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피해자 권리 보장 등 고위험 사업장 안전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은 “다수의 법위반 사실들이 밝혀졌고, 철저한 진상 조사로 진실을 밝히는 것이 화마에 스러진 노동자들의 명복을 비는 일”이라며 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이유를 밝혔다.
정경희 화성 노동안전네트워크 상임위원장은 “화성시는 산재 사망 노동자 숫자가 전국 지자체 1위인데도 그동안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미뤄왔다”라며 “장례지원과 분향소 설치에 그쳐선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에도 인명피해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이 제대로 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중대재해법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말했다.
이종란 반올림 활동가는 “리튬이온 배터리 이차 전지를 만드는 삼성 SDI 노동자를 상대로 실태조사를 했을 당시 전기 테스트를 진행하는 노동자의 50%는 화재, 질식, 연기흡입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며 “정부가 리튬 배터리 공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삼성이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제대로 산재 신청을 하고 알렸다면 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네팔 출신 노동자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률이 내국인 노동자보다 3배 높다”라며 “이주노동자에게 사전 안전교육 제대로 하고 위험한 물질에 대한 안전장치를 갖추었으면 무고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공장화재 이주민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이번 화재는 정부가 그동안 변화된 이주노동자 노동환경을 방기하고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을 방만하게 만들어낸 결과”라며 “현재도 이주노동자 관련 민간 위탁을 늘려가는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한국 사회가 더는 이주노동자들의 희생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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