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차등의결권’ 띄웠지만…이복현 “기업 지배구조 개혁 골든타임 놓치지 않겠다”

윤지원 기자 2024. 6. 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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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차등의결권 제도 통해 경영권 보호해줘야”
이복현 “누적된 기업지배구조 모순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이복현 금감원장이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기업 지배구조 세미나에 참석한 모습|금융감독원

정부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 전반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자 재계가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영권을 방어하는 장치가 먼저 도입돼야, 상법 개정에 발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 지배구조 모순에서 비롯됐다며 상법 개정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26일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최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는 차등의결권 및 포이즌필 필요성을 주장하는 재계 입장이 나왔다.

차등의결권은 1주당 1의결권을 가진 일반적 보통주와 달리 대주주 등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한 권리를 말한다. 포이즌필은 대주주에게 대량의 신주를 싸게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발행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행사할 수 있게 만든 증권이다. 국내에선 두 제도 모두 도입되지 않았다. 일정 요건을 갖춘 비상장 벤처기업만 신주인수권과 유사한 ‘복수 의결권’이 부여되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지평 변호사는 “집중 지배구조의 장점을 살려 회사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선 경영권 방어가 필요할 수 있다”며 “제도가 오남용될 것이 두려워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보다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을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정보기술(IT)기업 알파벳, 언론사 뉴욕타임스, 그리고 영국의 핀테크사 와이즈 등을 예로 들며 차등의결권이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하지만 현재 당국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전제 조건으로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보호장치가 도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영 능력과 별개로 재벌 총수들의 지배권을 영구히 보장하는 ‘재벌 특혜’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국과 시민사회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한국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입법 취지와도 동떨어진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 원장은 ‘올 하반기’라는 시점을 특정하면서 상법 개정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원인으로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기업지배구조의 모순이 지목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건설적 대안을 마련할 최적의 시기인 만큼, 이번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앞으로 학계, 경제계, 시장전문가, 유관기관 등과 긴밀한 논의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이날 “상속·증여세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배당 소득세의 분리 과세가 필요하다”는 재계 측 주장에 대해선 “합당한 기업 승계라든가, 더 매력적인 주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상속세 등 왜곡된 제도로 억눌린다는 점에 의견이 모였고 그 부분에 공감한다”며 “금융당국 내에서 적극적으로 그 부분(세 부담 완화)을 주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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