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둔 문체부-체육회, 날 바짝 선 ‘장외 전쟁’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6일 충북 진천의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문화체육관광부를 향해 작심한 듯 비판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진천=윤성호 기자

"올림픽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이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6일 충북 진천의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D-30미디어데이에서 문화체육관광부를 향해 작심한 듯 날카로운 비판을 쏟았다.

이 회장은 "올림픽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체육회의 모든 역량을 올림픽에 맞추고 있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이번 올림픽은 무더위와 안전문제 외에도 기업 후원이 전무한 데다 국내 정치와 경제, 사회 등의 문제로 인해 많은 국민이 올림픽이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주무부서가 문제를 제기하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행사를 앞두고 문체부는 체육회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지난해 2월 국가대표 선수촌 시설 관리용역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체육회 고위 관계자와 업체 관계자의 유착 관계를 의심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제보를 받아 이 사실을 문체부에 알렸고, 문체부가 직접 검찰의 도움을 요청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과거 국정농단 때 블랙리스트 사건 때도 여러 단체를 찍어 누르기 위해 사용됐던 방법"이라며 "왜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 회장은 "현재 학교체육과 전문체육, 엘리트체육이 모두 붕괴됐다는 이야기를 듣는 현실에서 문체부가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문체부가) 정책 총괄부서로서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대한배구협회 여자배구 국가대표 은퇴선수 간담회에서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 체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날 행사에 앞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가대표 은퇴한 김연경 등을 만난 자리에서 체육회 중심의 현재 한국 체육 시스템을 대신해 종목별 협회나 연맹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유 장관은 다음 달 2일 직접 브리핑을 열고 이를 대국민 발표까지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이기흥 회장은 "올림픽이 끝난 뒤 (문체부와 체육회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 공개토론을 제의한다. 국회에서도 공개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 논의했으면 한다"고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유 장관과 이 회장의 서로를 향한 날 선 발언은 최근 체육 정책을 두고 꾸준하게 마찰을 빚었던 문체부와 체육회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장관은 취임 후 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발언,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앤 체육회의 정관 개정 승인 요청과 관련한 문체부의 거부권 시사 등 반(反) 체육회 적인 정책을 꾸준히 내고 있다.

진천=오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