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시대, 다양성과 포용이 희망이다’를 주제로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 참가한 석학·전문가는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혐오와 갈등이 거세지고 인권과 평등 같은 가치가 설 곳은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다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열린 <2024 경향포럼>을 사진으로 엮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세상을 바꾸는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일부 정치인이 혐오와 분열을 부추기는 양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일부 정치인이 두려움을 만들고 혐오를 조장하며 ‘우리 대 그들’ 구도로 편 가르는 일”이라며 “민주주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법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스민 문화다양성기구이사장(전 국회의원)은 특별강연에서 고 홍세화 장발장 은행장의 표현을 빌려 한국을 ‘선택적 인종차별 국가’라고 정의했다. 선진국 출신 외국인과 달리 GDP가 낮은 국가 출신 외국인에 대해서만 차별적 태도를 보인다는 뜻이다. 이자스민 전 의원은 “다수의 시선으로 소수자를 규정할 때 차별이 쉽게 전염될 수 있다”며 “우리부터 차별을 멈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 위기’ 징후는 국제 질서 혼란으로 이어진다. 세계주의가 사그라들고 보호주의와 글로벌 긴장, 전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의 골은 깊어져만 가고,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공급망과 식량 위기 우려로 번지고 있다.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는 한국과 미국 사회의 분열을 살펴보며 “공감 능력을 통해 분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족, 국가, 인종과 같은 정체성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홍 교수는 “한국에선 아주 많은 ‘정’이 존재한다. 서로서로 돌봐주는 일이 정에서 비롯된다”며 “집단이나 인종을 넘어 외국인, 소수자에게까지 정을 확대해 포용을 나눌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9번째 맞은 이번 <2024 경향포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정치·경제계 주요 인사를 포함해 일반 참가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