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혈액암 발병’에 직원 전수조사…816명 대상

조사위원회 구성…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 정밀 조사
전동차 도장, 배수펌프실 점검 과정서 위험 노출 가능성

서울교통공사 로고.서울교통공사 제공

서울교통공사가 직원 8명이 혈액암 진단을 받은 것과 관련해 다음 달부터 직원 816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26일 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작업 환경과 혈액암 발병 간 정확한 인과관계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직업환경 분야 전문의, 노동전문 변호사, 보건학 교수 등 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 전동차 도장작업과 배수 펌프실 점검 등 유해 요인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직원 816명을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은 전동차 도장작업 529명(현직 509명·퇴직 20명), 배수 펌프실 점검 287명(현직 248명·퇴직 39명)이다. 현재까지 공사 직원 중 혈액암 진단을 받은 직원은 총 8명이다. 이 중 4명은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고 현재 1명이 추가로 산재 신청을 진행 중이다.

공사는 혈액암 발병 원인과 관련, 차량기지 내 도장작업과 지하철역 배수 펌프실 점검 과정에서 위험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동차 외관, 하부의 대차, 회전모터 등의 부식 방지를 위해 3년 단위로 도장작업을 진행하는데, 과거 벤젠 성분이 포함된 시너를 유성 페인트와 함께 사용함에 따라 도색·건조 작업 과정에서 흡입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직원들이 배수펌프실 내 라돈이 다량 함유된 ‘집수정(물 저장시설)’ 배수펌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를 흡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은 대부분 지하 암반 구간에 건설돼 라돈이 지하수를 통해 방출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공사는 환경오염 물질과 노출 경로 등 해당 공정의 작업환경을 확인할 계획이다. 작업자 집단 면담을 통해 유해 요인 노출 가능성과 강도를 분석하고, 작업자 집단의 건강 수준을 평가해 유해 요인이 발병에 미치는 수준을 분석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발병 인과관계를 분석하고 작업환경 위험 요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2~4월까지 3개월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공사 측에 제시할 방침이다.

공사는 혈액암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승인된 2019년부터 벤젠 성분이 포함된 시너 사용을 중단한 상태다. 2022년부터 벤젠계 희석제 사용이 불필요한 전동차용 친환경 수성페인트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공사는 페인트 건조 시 발생하는 유해 물질 차단을 위해 군자·신정·지축 등 3개 차량기지에 친환경 도장 설비를 구축한 바 있다. 내년 6월까지 2개 기지에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세척 시 발생하는 유증기 비산 방지를 위한 환기설비도 5개 차량기지 18개소에 추가 설치할 방침이다.

배수펌프실 점검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2017년 8월 56개 역 배수펌프실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기도 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유해 요인 노출 직원의 건강 검진과 발병 직원 지원 등 보호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며 "향후 작업장 유해 물질 노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추가 작업환경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