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핵개발 전에”…아인슈타인 경고 담긴 편지 경매에

김서영 기자 2024. 6. 26. 14: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39년 루스벨트 대통령에 보낸 편지
핵무기 개발 ‘맨해튼 프로젝트’ 착수
9월 출품…예상 낙찰가 최소 55억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나치 핵무기 개발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에게 썼던 편지가 9월 경매에 나온다. 크리스티 제공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 대통령에게 나치의 핵무기 개발 위험을 경고했던 편지가 경매에 나온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쓴 두 페이지 분량의 편지가 오는 9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다. 예상 낙찰가는 최소 400만달러(약 55억원)다.

아인슈타인은 1939년 여름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에게 나치의 핵무기 개발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이 편지를 썼다. 이러한 경고를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는 미국 과학자들의 요청을 받고 쓴 것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받은 편지의 원본은 뉴욕의 ‘루스벨트 도서관 및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편지는 동료 과학자 레오 실라르드가 보관용으로 한 부 더 작성해 갖고 있던 것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받은 편지보다 조금 더 길이가 짧다. 실라르드는 아인슈타인과 함께 이 편지의 초안을 작성했다.

아인슈타인은 편지 첫 줄에 “핵물리학 최근 연구를 통해 우라늄이 새로운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고 핵 개발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량의 우라늄에서 핵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현상은 폭탄의 제조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나치가 핵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매우 강력한 폭탄을 만들 수도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먼저 원자력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편지를 받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원자력 연구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고, 이는 이후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이끈 ‘맨해튼 프로젝트’의 전신이 됐다. 맨해튼 프로젝트에는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실라르드는 이 편지를 평생 갖고 있었으며 그의 사후에 유가족이 매물로 내놨다. 이후 2002년 출판업자 겸 수집가인 맬컴 포브스가 이 편지를 경매에 내놔 210만달러에 낙찰됐다. 당시 이는 아인슈타인이나 루스벨트 대통령과 관련된 물품 중 가장 비싼 가격에 팔렸고, 20세기 이후 100만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린 최초의 역사적 문건으로 기록됐다. 당시 편지를 낙찰받은 건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이었다. 앨런은 이 편지를 2018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소장했으며, 이번에 그의 유품이 경매에 나오면서 아인슈타인의 편지도 20여 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지난해 오스카상을 수상한 영화 <오펜하이머>와 핵 위협이 증가한 국제 정세 덕에 이번 경매는 입찰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마크 포터 크리스티 아메리카스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가장 최근에 이 편지를 소장했던) 앨런은 이 편지가 20세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건 중 하나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라며 “이런 문건은 사무실에 막 걸어둘 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