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복지부 차관 “의사단체 집단행동 예측하고 있었다”
“건강보험 수가 정확도, 객관적 데이터로 계속해서 맞춰나가야”
(시사저널=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전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26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국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0년 의사단체가 의대 증원 문제로 집단 휴진을 했는데 이번에도 의사 단체가 어떻게 반응할지 충분히 예측했느냐'는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의대 증원 발표 전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사들이 파업이나 휴진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과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 논의 내용 중에 당연히 의료계 반발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지시를 했다기보다 보고를 드린 내용은 지금 진행하는 것과 같은 비상진료 대책을 만들어서 전공의들이 이탈을 하더라도 중증환자, 응급환자 진료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을 논의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의사 증원과 관련해서는 의료계에서 반대가 심했고 여러 차례에 걸쳐 집단행동을 한 전례가 있다"며 "그래서 이번에도 그러한 사례에 따라 집단행동이 예견이 됐었고 그것에 따라 비상진료 대책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피해가 있었던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그러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이렇게 사직하고 현장을 이탈했을 때 사실은 의료계 내에서 3주나 4주 이상을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들이 사실은 정설이었지만 지금 넉 달 가까이 이렇게 되어 오고 있고 지금 종합병원급 이상의 입원, 수술, 진료량이나 이런 것을 보면 평시 대비 조금 부족하기는 하지만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영을 해오고 있다"며 의료 공백 해소 현황을 전하기도 했다.
또 의료진의 진료거부로 인한 환자 피해 사례에 대해선 실제 환자의 주장과 의료진의 설명 간의 차이가 있다고도 밝혔다.
박 차관은 "이것을 그대로 다 진료거부라고 보기는 좀 어려운 사례들도 많아서 명백한 것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조치는 취했다"며 "앞으로도 환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에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증원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느냐'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잘 아시는 것처럼 의대 증원은 이번 윤석열 정부뿐만이 아니고 그 이전에 문재인 정부 또 그 이전 정부도 추진했다"고 답했다.
또 '보건 의료 심각단계에서 국민과 환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사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묻자 박 차관은 "의료 공백이 길게 지속되는 것에 대해 담당 차관으로서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복지부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내놓은 건강보험 수가 관련 대책들을 보면 항목들은 굉장히 많지만 굉장히 체계적이지 않고 땜질식으로 수가를 인상하고 있다고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 중증∙분만∙소아 영역에서 수가 인상을 측정하는 도구가 있느냐'고 물었고, 박 차관은 "그것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도구는 현재 없고, 불균형과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알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수가를 책정하는 기본 시스템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2010년 대비 2020년의 건강보험 수가의 정확도가 3%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선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책임이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박 차관은 "필수의료 패키지에서 이미 발표했지만 상대가치 개편 주기도 2~3년에 한 번씩 손을 보도록 바꾸고, 정착이 되면 매년 수정을 해나가겠다"며 "결국은 정확도를 높이는 건 100% 맞출 수는 없겠지만 계속해서 그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리밸런싱을 해나가는 과정들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회장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임 회장은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의료단체 수장으로서 국민께 사과하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 사태는 의사들이 만든 사태가 아니라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복지부차관과 공무원들이 만든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워장도 참고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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