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포스코 신 경제국보 1호 ESF 첫 공개…"무탄소 제철 눈앞"

이다솜 기자 2024. 6. 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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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미래형 제철장비 '전기용융로(ESF)' 첫 공개
"포항1고로=경제 국보1호, ESF=신경제 국보1호"
포항제철소서 올 1월 완공…4월 15톤 용선 출선 성공
2030년 상용화…"무탄소 하이렉스 기술, 정부 지원 절실"
[서울=뉴시스] 포스코가 개발중인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 전경. 전기용융로(ESF)는 전기아크로(EAF)의 단점을 보완하여 저품위 직접환원철(DRI)로부터 고급 철강 제품의 쇳물(용선) 생산이 가능하다. (사진=포스코) 2024.06.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양=뉴시스]이다솜 기자 = "저품질 철광석이라도 유동 환원로와 전기융용로(ESF)를 거치면 좋은 품질의 철강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무탄소 수소환원 제철 기술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설비가 바로 ESF입니다."

지난 24일 찾은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ESF 시험설비장. 박재훈 포스코 저탄소제철연구소 전기로연구그룹장은 포스코의 ESF 기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1월 완공' ESF 시험설비 출선 성공…"2030 상용화"

포스코가 이날 처음 공개한 ESF 시험설비는 지난해 7월 제작해 올해 1월 완공했다. 시간당 최대 1톤의 용선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난 4월 처음으로 총 15톤의 용선을 출선하는 데 성공했다.

ESF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의 핵심설비인 전기를 사용한 융용로다. 로(爐)내에 탄소가 일부 존재해 환원 환경이 유지되고, 기존 고로처럼 슬래그(부산물)의 성분 제어가 가능한 형태로 설계됐다. 기존 전기아크로(EAF)의 단점을 보완해 저품위 직접환원철(DRI)로부터 고급 철강 제품의 용선도 생산할 수 있다.

지름 2.8m, 높이 2m에 달하는 ESF 시험설비를 실제로 마주하자 가장 먼저 커다란 구멍 2개가 눈에 들어왔다. 각각 쇳물을 받고, 융용된 부원료가 나오는 통로다. 이 설비 무게는 내용물이 축적될 경우 20톤에 달하며, 루프(뚜껑)만 해도 10톤이다. 이를 운용하기 위한 전체 설비 높이만 12.5m에 달했다.

ESF 시험설비동은 원래 슬라브(쇳물이 굳어 만들어진 철강재 덩어리)를 만드는 주조실험동로 사용된 곳이었다. 이처럼 전기·용수 등을 쓸 수 있는 기존 유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한 덕분에 투자비를 대폭 아낄 수 있었다.

박 그룹장은 "2025년까지 기술 개발을 끝내고 데모 플랜트를 건설할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최종적으로 2030년에는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포스코의 전기용융로(ESF) 시험설비에서 쇳물이 출선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2024.06.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탄소 90% 저감…포스코, 하이렉스 기술 '올인'

포스코그룹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정진 중이다. 철강사업에서의 탈탄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이 바로 수소 환원 제철이다. 전통적인 제철공정은 화석연료인 석탄을 사용하는 탓에 이산화탄소를 필수적으로 생기는 한계가 있다.

반면 포스코 수소환원제철기술인 HyREX(하이렉스)는 4개의 유동환원로에서 철광석을 수소와 반응시켜 직접환원철(DRI)로 생산한 후 이를 ESF에서 용융해 용선을 출선한다. 기존 제철공정 대비 탄소 발생을 90% 이상을 저감할 수 있어,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을 이끌 핵심 기술로 꼽힌다.

특히 포스코는 수소를 100%까지 사용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철강사들이 천연가스를 일산화탄소와 수소 가스로 개질해 사용하는 '샤프트환원로'를 개발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앞선 기술이다.

이번 ESF의 출선 성공으로 포스코는 전기융용로 요소기술 개발과 하이렉스 기술 완성의 토대를 마련했다. 파일럿 설비인만큼 향후 다양한 품위의 원료와 시험 조업으로 원료 장입 분포 최적화, 내화물 개발, 용선 품질 확보 등 전기용융로 요소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핵심 전기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여 30만톤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윤영식 포스코 하이렉스추진반 부장은 "파일럿 설비는 시간당 1톤이지만, 상용화 플랜트는 시간당 36톤을 생산한다"며 "현 사무실에 하이렉스 개발 인원이 35명 정도 근무하는데 2028년까지 8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는 정책 쏟아지는데…"국내도 지원 필요"

철강산업 탄소중립에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 이 수준의 투자비는 민간 기업 단독으로 투자하긴 어려운 만큼 해외에서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EU(유럽연합)는 10년간 1조유로라는 대규모 자금을 그린딜 정책 실행에 투입하기로 했고, 일본은 철강 분야에 3조엔 이상을 투입해 탈탄소 전환을 도울 예정이다.

이밖에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및 실증 설비 투자 지원, 그린스틸 생산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정책을 마련하는 등 탄소중립을 경제 성장에 연계하려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배진찬 포스코 하이렉스추진반장은 "저탄소 시대에 철강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며 "청정 수소나 친환경 전력을 조달하는 부분은 만긴 기업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국가 차원의 산업 인프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73년 처음 쇳물을 만든 포항 1고로가 이제는 경제 국보 1호가 됐다"며 "앞으로 하이렉스 기술이 새로운 경제 국보 1호로 개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포항제철소 3FINEX(파이넥스) 공장 전경. 포스코는 파이넥스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HyREX(하이렉스)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2024.06.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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