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한 헌신, 뜨겁게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 [핫이슈]
74년전 6월25일, 한반도가 총탄과 포화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치러진 격전 속에서 용사로 추앙받는 이들부터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무명의 전몰자들의 헌신으로 대한민국을 수호할 수 있었다.
동족상잔의 비극 끝에 남은 것은 폐허뿐이었지만 이들이 지켜낸 터전으로 다시 시작해 오늘날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경기남부보훈지청은 올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행사 등을 마련해 호국보훈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 영웅의 얼굴을 기억한다, 스미스기념관 초상화전 ‘6HOURS 15MINUTES’
6.25전쟁 당시 머나먼 타국의 자유를 수호하다 산화한 스미스특수임무부대 대원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전시가 열린다.
경기남부보훈지청은 28일 스미스특수임무대대의 추도식과 스미스부대원들의 초상화전 ‘6HOURS 15MINUTES’을 오산 UN군초전기념관에서 개최한다.
‘6HOURS 15MINUTES’는 스미스특수임무부대가 치른 오산 죽미령 전투에서 경과한 시간에서 이름을 따왔다.
스미스특수임무부대는 6.25전쟁 당시 가장 먼저 파견된 유엔군으로서 1950년 7월5일 오산 죽미령에서 북한군과 교전했다.
이번 초상화전에서는 18명의 미군과 1명의 한국군의 초상이 전시될 예정이다.
선정된 19명의 참전 용사는 모두 오산 죽미령 전투에 참가한 인원들로 찰스 B. 스미스(Charles B. Smith) 부대장, 당시 연락장교였던 윤승국 장군을 제외한 17명의 대원들은 오산 죽미령 전투에서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힌 뒤 순직한 참전용사들이다.
전시에 출품할 초상화 제작에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생들이 나섰다.
성신여대 교수, 서양화과 학생 20여명은 지난 4월부터 19명의 참전용사의 참전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바탕으로 초상화을 제작에 뛰어들었다.
각각의 학생들이 꼬박 2달 간 그려낸 초상화은 먼 타국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참전용사들의 넋을 달랜다.
이번 전시 이외에도 성신여대 서양학과 학생들은 지난해 정전70주년 맞이 생존 6.25참전국가유공자 초상화 사업에도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당시 그린 초상화는 지난해 7월11~17일 수원시 행궁길갤러리에서 ‘제복의 영웅들 마이 히어로즈’ 라는 제목으로 전시했다.
해당 전시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로 새로이 제작한 참전 유공자 제복을 입은 모습을 통해 참전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범국민적 예우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했다.
생존 참전유공자 50명의 초상화는 전시를 마친 뒤 지난해 12월 경기남부보훈지청 안재홍홀에서 증정식을 열고 각 참전유공자들에게 전달했다.
■ 유엔 창설 이후 처음으로 유엔군 깃발 아래 치러진 전투, 오산 죽미령 전투
1950년 6월28일 6.25전쟁 개전 3일 뒤 회원국 참전에 관한 유엔 안보리 2차 결의안이 가결되고 이에 따라 미국은 제8군 제24보병사단 제21연대 제1대대를 한국으로 급파했다.
제1대대는 7월1일에 부산에 상륙, 대대장인 찰스 스미스의 이름을 따서 스미스특수임무부대로 명명됐다.
이들은 곧바로 대전으로 이동 서울을 함락한 북한군의 2차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최대한 북상한다.
북한군은 7월3일 서울에서 남하하기 시작했다. 7월5일 오전 3시께 오산 죽미령(현 유엔초전기념관 일대)에 도착한 스미스부대 540명은 북상을 멈추고 북한군을 저지할 진지를 구축했다.
전투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스미스부대는 같은 날 오전 7시께 수원 인근에서 북한 전차부대를 포착했으며 오전 8시16분 죽미령에 북한군이 도착하자 스미스부대의 선제사격으로 교전이 시작됐다.
개전 10일 만에 유엔군과 북한군의 첫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스미스부대는 포탄을 쏘아대며 공격했지만 소련제 T-34전차를 앞세운 북한군에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북한군은 전차 36대와 5천명의 병력으로 스미스부대를 밀어붙였으며 스미스부대의 퇴로를 차단하고 전차를 활용해 전선 중앙을 돌파했다.
전선 중앙이 무너지자 스미스부대의 방어선은 급격히 붕괴해 결국 오후 2시30분께 퇴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죽미령에서는 6시간15분동안 혈전이 치러졌으며 스미스부대는 540명 중 보병 150여명, 포병 30여명이 전사·실종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북한군 역시 이날 전투로 약 5천명 중 150여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됐다.
오산 죽미령 전투는 북한에게 유엔군의 참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으며 북한군의 당초 목표인 미군 참전 이전에 전쟁을 끝낸다는 목표를 분쇄한 전투임과 동시에 유엔 창설 이후 첫 유엔군 파병으로 유엔의 기본정신에 입각해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치른 첫 번째 전투로 중대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 노병은 없다, 21살의 청년이 있을 뿐
6월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 열린 수원FC 홈 경기, 이날 경기 전 의례 행사의 분위기는 6.25전쟁 74주년을 기리는 만큼 사뭇 다르게 진행됐다.
애국가 제창과 호국영령을 위한 묵념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시축 행사에도 6.25 참전유공자가 시축자로 그라운드에 올랐다.
시축자가 6.25 참전유공자인 만큼 예우를 다하기 위해 한국성 경기남부보훈지청장과 에스코트 키즈 44명이 시축행사에 동행했다.
그라운드로 걸어온 시축자는 희끗한 머리가 보이는 노인이었지만 그의 걸음에서는 여전히 힘이 느껴졌고 힘 있는 눈동자에서는 강단이 느껴졌다.
시축자는 강영구 6.25참전유공자회 경기도지부 부지부장(91)으로 21살의 나이에 1953년 6월10일부터 7월21일까지 강원도 김화, 화천 일대에서 펼쳐진 금성전투에 참전했다.
금성전투는 6.25전쟁 종전 앞두고 벌어진 대규모 전투로 양측 합쳐 40만명의 병력이 동원됐다. 강영구 부지부장이 속했던 제5보병사단은 중공군의 공세로부터 금성돌출부 우측의 방어를 담당했다.
치열전 접전이 벌어졌던 금성전투로 한국군과 미군에서 약 2만7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중공군은 약 8만3천명의 피해를 입었다.
시축에 나선 강영구 부지부장 역시 옛 전우들과 6.25전쟁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유니폼 안으로 흰 셔츠와 단정히 맨 넥타이를 갖췄고 시축행사임에도 구두를 신어 예우를 표했다.
■ 우리 곁에 보훈, 살아있는 보훈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을 구현하기 위해 현재와 미래세대를 잇는 보훈행사도 열린다.
우선 27일 경기남부보훈지청에서 열린 모범 국가보훈대상자 등 포상 전수식에서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한 국가보훈대상자 및 대외인사에게 포상했다.
이번 포상은 보훈대상자가 가운데 봉사활동과 사회공헌 활동에 힘쓴 모범 국가보훈대상자 22명, 보훈사업에 지속적으로 기여해온 한국마사회 등 대외유공자 5명 등 총 27명에게 이뤄졌다.
포상훈격은 국가보훈부 장관 포상 9명, 국토교통부장관 포상 1명, 경기도지사 포상 10명, 경기남부보훈청장 포상 6명, 서울지방보훈청장 포상 1명 등이다.
경기남부보훈지청은 앞으로도 보훈대상자를 적극 발굴포상함으로써 보훈대상자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바람직한 보훈문화 확산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31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는 유엔군참전기념의날(7월27일)을 맞아 보훈을 주제로하는 한미 양군의 음악 경연대회 ‘나는솔져’를 개최한다.
유엔군참전기념의날은 2013년 지정됐으며 22개국 195만 유엔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1953년 7월 27일로 결정됐다.
이번 대회에는 수도군단, 51사단, 해병대사령부, 평택2함대, 10비행단, 미군 등 각 부대 장병들이 출전해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뽐낸다.
경기남부보훈지청은 이번 행사를 통해 유엔군참전기념의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보훈에 대해 친근한 인식의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성 경기남부보훈지청장은 “호국영령과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오늘날이 있을 수 있었다”며 “6월은 호국보훈의달 인만큼 6.25참전유공자를 비롯해 우리 사회를 위해 희생한 수많은 사람들 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한 번쯤 가져보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안형철 기자 goah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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