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세기의 이혼' 판결 경정 재항고…미리 보는 대법 본안소송 되나
법조계 "본안 때 함께 판단" 전망…"인용 시 파기환송" 소수 의견도
(서울=뉴스1) 노선웅 이세현 서한샘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63)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3)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판결문을 일부만 경정(수정)한 것에 불복해 별도의 대법원 판단을 구하기로 하면서 이목이 집중된다.
법조계에선 이미 항소심 판결에 '상고'를 한 상태에서 판결 경정에 대해 별도 '재항고'를 한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법원이 재항고를 받아들인다면 본안 상고심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어 그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결국 대법원 최종 판단 받게 된 '세기의 이혼'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지난 24일 서울고법을 상대로 판결문 경정에 대한 재항고장을 제출했다. 재항고는 고등법원의 명령 및 결정에 최종적으로 불복하는 절차다. 최 회장 측은 법원이 2심 판결문에 '재산 분할 판단에 기초가 되는 수치에 결함이 있다'는 주장을 추후 반영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초 판결문엔 1994년 11월 최 회장이 취득할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 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에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 5650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1994년부터 1998년 선대 회장 별세까지, 별세 이후부터 2009년까지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며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 회장의 기여를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를 355배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998년 5월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는 최 회장 측 주장과 같이 판결문을 수정했다.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에서 35.6배로, 최 선대 회장의 기여분은 125배로 늘게 됐다.
기여도가 쟁점이 되는 것은 재산분할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SK의 가치 상승에 최 선대 회장의 기여가 크다면 최 회장이 결혼 후 기여한 몫은 줄어들고, 이에 따라 노 관장에게 나눠줄 재산도 줄어든다. 다만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1700만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는 주문은 변경하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쟁점이 되는 기여도가 수정된 만큼 그 결과 역시 변경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지난 20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같은 취지로 계산 오류에 근거해 당초 판결이 이뤄진 만큼, 판결문 오류를 수정한 것이 내용의 실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정에 대한 재항고장도 제출했다.
◇'본안소송 미리보기' 될까…'인용 시 파기환송 사유' 소수의견도
통상 경정에 대한 재항고 판단은 논리적인 순서상 상고심보다 먼저 이뤄진다. 경정된 것을 전제로 상고 이유 등을 다투게 되기 때문이다. 경정이 정당하다면 경정 후의 판결 내용을 전제로 상고 이유의 정당성 및 타당성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되고, 경정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경정 전 판결문을 기준으로 상고 이유를 판단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재항고에 대한 판단을 선행할 경우 그 결과에 따라 상고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재항고가 인용될 경우 상고심 심리는 재산 분할 판단에 기초가 되는 수치를 다시 따지게 되고, 나아가 결과인 재산 분할 비율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게 최 회장 측의 심산이다.
한 현직 판사는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경정이 먼저 나오고 그것이 인용되면 그 자체로 원심판결에 모순이 생기는 것이므로 파기환송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정에 대한 판단이 먼저 나오더라도 본안 상고심의 판단, 즉 결과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판결 경정 자체가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등을 정정하는 절차인 만큼, 그에 대한 판단은 재판에서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법조계 "본안 때 함께 판단"…재항고 적법성 논란에 '각하' 가능성도
법조계에선 이번의 경우 재항고와 상고심 판단이 본안소송에서 한꺼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정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까지도 고려돼야 하는 사안인 만큼 본안에서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최 회장 측 재항고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민사소송법 제211조 3항은 '판결에 대해 적법한 항소가 있을 때는 경정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문이 '상고'에도 준용된다고 보면 최 회장의 재항고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 결정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재항고에 대한 판단은 자연스레 본안소송에서 다뤄지게 된다. 경정에 대한 판단을 한 뒤 그것이 상고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투게 되는 수순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번의 경우 원래 형식상 재항고는 안 되는 것이다. 항소할 때도 경정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없고 대법원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도 준용된다"면서도 "그렇다고 그걸 다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상고를 했으니까 본안에서 경정 결정이 적합한지를 한꺼번에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최 회장 측이 해당 규정을 몰랐을 리 없다며 어떻게든 문제를 제기해 불리한 결과에 대한 재판단을 촉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해당 규정은 '항소'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상고에 준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쟁점이 복잡한 만큼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의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은 상고심 사건 중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이나 소부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갈릴 경우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 사유가 있는 사건을 전합에 회부한다.
통상 이혼소송이 전합에 가는 경우는 드물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올해에도 이혼했더라도 당사자 사이 실질적 합의가 없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합 판결이 나온 바 있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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