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역지사지로 촘촘한 약자복지… 좋은 사회복지사 1명이 세상 바꿔요"
과거 자립준비청년 경험 바탕 복지 정책 세심하게 챙겨
신청 난해한 LH 공공임대주택 첫 정보제공교육 끌어내
아동양육시설 면접교섭·아동보호시설 특성화 방안 제언
"일선 사회복지사들 자긍심·권위 가질 수 있도록 돕고파"
윤석열 정부 들어 각 중앙부처는 장관실 소속 '청년정책보좌역'을 채용했다. 이들은 보통 20~30대다. 장관을 대신해 전국 곳곳을 돌며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정부의 약자복지 기조 아래 보건복지부 청년보좌역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박정재 복지부 청년보좌역(30·사진)은 아동·청소년 복지에 관심이 많다. 그가 과거 자립준비청년이었다는 배경에 기인한다. 과거 ODA를 받는 개발도상국에서 현재는 수혜국의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처럼, 과거 자립 지원을 받던 청년이 이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책 수혜를 받은 경험이 있는 박 보좌역이 직접 정책설계에 참여하는 것은 정책 대상자들의 수용성 측면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역지사지'가 가능해서다. 그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17 대 1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청년보좌역에 선발된 이유다. 박 보좌역은 "다들 제 배경에 관심이 많은데, 저는 제가 장관 보좌역으로서 어떤 세상을 꿈꾸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더 알리고 싶다"며 "나만의 경험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복지부에 온 뒤, 정책들은 보다 세심하게 다듬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공공임대주택 신청 방법 등 정보 제공 교육'이 꼽힌다. 복지부는 지난 19~20일 이틀간 국토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업해 자립준비청년과 아동복지시설 자립지원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관련 정보 제공 교육을 실시했다. 관계기관이 합심해 직접적인 주거지원 관련 교육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공임대주택 정보 제공 교육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박 보좌역 경험에서 나온 정책이다. 그는 "LH 임대의 경우 신청부터 입주까지 2~3개월 시간이 소요되며 자격검증, 매물확인, 서류제출, 계약 등의 복잡한 신청 과정으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LH임대주택의 자립준비청년 자격관련 법령은 4개의 특별법으로 분류되고, 유형마다 신청과정이 달라 충분히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구조였다. 임대 유형별로 담당하는 기관도 서로 달라 신청이 어려웠다.
이 교육은 큰 인기를 끌었다. 교육에는 바람개비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자립준비청년과 전국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지원센터 등 아동복지시설 자립지원 종사자 총 600여명이 참여했다. 바람개비서포터즈는 선배 자립준비청년들로 구성돼 후배들의 자립멘토로 활동하는 자조모임이다. 그는 "자립 선배들이 받은 주거 교육 내용이 후배들에게도 이어질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아동을 위한 '면접교섭 대상 아동 가족재결합 개선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면접교섭은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이 부모와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아동복지법 4조는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 보호할 경우 신속한 가정 복귀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시설·그룹홈 아동의 가족 재결합률은 현저히 낮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지도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박 보좌역은 낮은 가족 재결합률 해소를 위해 부모들이 아이를 처음 맡길 때 '개인정보 공유 동의서'를 받자고 제안했다. 그는 "일선 아동보호시설이 면접교섭을 위해 부모의 연락처를 지자체에 요구할 때,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부모의 정보를 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시설보호는 중장기 보호를 전제로 보호조치가 이뤄져 양육자의 의무가 희석되는 구조인데, 법이 보장하는 아동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보호시설의 특성화 방안도 제시했다. 과거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현재는 주의력결핍(ADHD), 경계선 지능, 우울증 등을 가진 아동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보호해야 하는 아동의 특성과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며 "획일적이 아닌 개별적·맞춤형 양육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선 사회복지사 한 명이 사회의 미치는 선한 영향력의 힘을 믿는다. 1명의 좋은 사회복지사는 다수의 아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박 보좌역이 가진 신념이다. 그는 "아직 배울 게 많고 먼 미래의 일이지만, 사회복지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교육하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좋은 사회복지사들이 많아질수록 복지국가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 자기 일에 자긍심과 권위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이민우기자 mw3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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