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 고려제약, 실적·수사·주가 '삼중고'

매출·영업익 감소에 현금흐름 악화
경찰 수사 겹치며 주가마저 하락세

고려제약이 실적 악화, 경찰의 불법 리베이트 수사, 주가 하락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소재 고려제약 본사. /사진=뉴스1

중소 제약사 고려제약의 사업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실적 감소가 본격화한 가운데 경찰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수사로 의사 대상 영업이 위축될 전망이다. 이 이유로 주가마저 하락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제약은 올 1분기 매출 193억원, 영업이익 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2.6% 감소했다. 고려제약의 2023년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1억원, 39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악화한 규모가 컸다. 올 1분기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24억원의 현금이 고려제약으로 유입됐다. 지난해 1분기(125억원)와 견줬을 때 80.8% 축소된 규모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핵심 재무 항목으로 꼽힌다.

현금흐름이 악화한 배경에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 부채 변동이 있다. 2023년 1분기에는 영업활동 자산 부채 변동으로 82억원의 현금이 유입됐으나 올 1분기에는 25억원이 유출됐다. 영업활동 자산 부채 변동으로 집계되는 미수금과 재고자산 항목에서 현금 유출 규모가 같은 기간 58억원 확대된 영향이다. 영업활동 자산 부채 변동에 영향을 주는 매출채권 항목에서 현금 유입이 21억원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 2분기 실적과 관련해서는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예년보다 악화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찰의 불법 리베이트 수사 확대로 의사 대상 영업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환자가 전문의약품을 받기 위해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만큼 의사 대상 영업은 전문의약품 중심 제약사의 실적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경찰은 지난 3~4년 동안 고려제약 임직원들이 의사 등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자사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 조건으로 고려제약 임직원들이 의사들에게 현금이나 물품, 골프 접대 등을 제공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수사가 이어지는 동안 의사들은 고려제약 영업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고려제약의 전문의약품 매출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경찰 수사로 인한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고려제약은 올 1분기 전체 매출의 24.5%(47억원)가 전문의약품인 중추신경계용제에서 나왔다. 비타민·영양제(62억원·31.9%)와 에소록센정 등 전문의약품이 포함된 해열진통소염제(48억원·24.8%)에 이어 세 번째 수준이다.

실적 악화와 불법 리베이트 수사가 겹치면서 주가마저 하락했다. 고려제약 종가는 지난 25일 5500원을 기록했다. 고려제약이 의사 1000여명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경찰 발표가 있었던 지난 17일(6210원)보다 11.4% 하락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 기간 등락을 반복했으나 악재가 겹치면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