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 병원을 무서워하는 아이를 위한 역할놀이
Q. 안녕하세요, 5살 여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가 태어날 때 작게 태어나고 잘 먹지도 않고 잔병치레가 잦아서 병원을 자주 다녔어요. 이것저것 검사도 많이 받고 갈 때마다 아이가 힘들어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병원에 갈 준비만 해도 자지러집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차로 이동하는 동안, 그리고 병원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 타기 전부터 거의 기절할 듯이 우는데, 저도 고역이지만 주변에 매번 폐만 끼치는 것 같아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몸에 이상이 생길 때마다 제때 병원에 가야 건강하게 자랄텐데, 너무 지치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안녕하세요. 힘들게 태어난 아기가 그래도 건강히 자라고 있다니 기쁩니다. 하지만 자주 갈 수밖에 없는 병원을 아이가 힘들어 한다니 병원 가실 때마다 마음도 아프고 힘드시겠어요
병원에 대해 크게 반응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보통은 별 반응이 없거나, 병원임을 인지하더라도 엄마가 옆에 있으면 괜찮은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 사례처럼 이미 가기 전부터 혹은 병원 근처만 가도 크게 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병원에 대해서 크게 반응하는 경우,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순하게 병원에 대한 '불안'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병원생활을 장기간 하고 힘들어 하던 아이들 중 일부는 더 잘 적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가 병원에 갈 때 자지러지는 이유는 트라우마 때문이라기 보다는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기도 하고, 트라우마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병원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미 자리잡아 버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불안과 부정적 인식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셔야 합니다.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아이가 '불안한 감정은 괜찮다'는 것과 '불안을 네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직접적으로 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 놀이를 통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인지적으로 재구조화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병원 역할놀이' 같은 것이 어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여기서 주의할 사항은, 병원을 무서워 한다고 병원 역할놀이만 집중적으로 시키려고 하실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상황들, 즉 '가게놀이, 병원놀이, 식당놀이, 놀이터 상황, 유치원 놀이' 등등 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놀이를 유도하시되, 그 중에서 불안이 유발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양한 대처를 할 수 있는지를 역할놀이를 통해 연습시키고, 다른 사람의 대처방식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또한, 놀이를 부모님과 하는 것도 좋지만 친구들과 함께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친구들이 다양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부모님과 놀이를 할 때보다 좀 더 자녀에게 미러링 효과(Mirroring Effect)를 줄 뿐 아니라, 효과적인 모델링(Modeling)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미러링 효과란 거울효과 혹은 동조효과로도 불리며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언어적, 비언어적인 부분을 거울을 보는 것과 똑같이 따라하는 것으로서 '무의식적인 모방효과'를 의미합니다.
모델링이란 다른 사람을 롤모델로 선정하여 그의 행동과 행동의 결과를 관찰하고 실제로 자신의 행동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찰학습이나 대리학습이라는 말로도 쓰입니다.
역할을 맡을 때는 아이가 의사선생님, 엄마, 간호사, 환자 등 모든 역할을 해볼 수 있도록 안전하게 인도하시되, 역할이나 대사나 상황은 아이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가 주실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불안해 하는 상황에서 부모님이 '그건 괜찮다고 해야지'라고 유도하시거나 직접 말씀하시는 것은 삼가시되, "아, 주사 맞으면 아픈데 어떻게 해야하지?"라고 하는 등 할 때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관계가 좋은 친구나 형제, 자매, 사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도움이 더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적절한 다른 방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난 주사를 맞을 때 잘 참을 수 있어요!" 라는 방식도 보여줄 수 있지만, "난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어요. 5분 있다가 주사 맞을게요" 라던가, "엄마가 꼭 안아줘야 맞을 수 있어요" 등 다양한 대응 방안에 대해서 보여주고 함께 해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놀이를 한번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차례 반복이 되고, 병원에서 내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많이 있다고 여기게 되면 아이는 불안하기 보다는 좀 더 안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병원에 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박현숙은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동대학원에서 아동심리치료전공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년이 넘는 임상경험을 통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어 하는 것은 부모의 심리적 문제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의 발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라는 점을 알게 됐다. 부모가 조금 더 아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양육코칭에 힘쓰며, 부모자녀 관계치료에 관심을 갖고 현재 심리상담센터 마인드카페의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마인드카페는 2016년 익명 정신건강 커뮤니티로 출발해 현재 2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국내 최대 종합 정신건강 플랫폼이다.
■ 엄마, 아빠를 위한 전문가 칼럼: tip.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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