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표 없이 즐기는 음악 휴가… 평창·전주에서 만나는 완벽한 여름
평창, '루트비히' 주제로 베토벤 등 20회 공연
전주, '로컬 프리즘' 주제로 105회 공연
스위스 발레주의 베르비에는 기차역에서 내려 곤돌라를 타고 10분 정도 더 가야 하는 작은 산골 마을이지만 매년 여름이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올해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국내 리사이틀 순회 공연을 마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독주와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가 준비돼 있다.
유럽에선 보편화된 여름 휴양지 음악 축제가 한국에서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올해 21회째인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대표적이다. 다음 달 24일부터 8월 3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과 대관령 야외공연장(뮤직텐트) 등에서 열린다.
베토벤의 이름인 '루트비히'를 주제로 20회의 콘서트가 펼쳐진다. 베토벤의 주요 작품과 베토벤과 영향을 주고받은 작곡가들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7월 24일 개막공연은 토마스 체헤트마이어가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헝가리 태생 첼로 거장 미클로시 페레니의 하이든 첼로 협주곡 2번으로 연다. 이어 소프라노 이영주, 메조 소프라노 사비나 김, 테너 국윤종,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등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들려준다. 페레니는 7월 26일 '오마주 투 베토벤'이라는 제목으로 첼로 솔로 리사이틀도 연다. 아시아 초연하는 이반 에뢰드의 '베토벤을 회상하며'를 들을 수 있다.
7월 27일 열리는 프랑스 오베르뉴론알프 국립 오케스트라의 공연에는 축제 예술감독인 양성원 연세대 교수가 첼리스트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오베르뉴론알프 국립 오케스트라의 악장 기욤 실렘, 비올리스트 시릴 메르시에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교향곡'을 아시아 초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이지윤과 비올리스트 홍 웨이 황, 첼리스트 이정현,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으로 구성된 실내악팀 '평창 드림팀'은 7월 25일과 8월 1일 두 차례 공연한다. 베토벤이 남긴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도 7월 30일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공연된다. 8월 3일 폐막 공연에선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의 첫 한국인 우승자인 이승원이 이끄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교향곡 3번 '영웅'을 들려준다. 찾아가는 가족 음악회와 마스터 클래스, 특강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여름 축제로 변신, 전주세계소리축제
매년 9, 10월에 열리던 전주세계소리축제도 올해부터는 여름 축제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23회째인 올해 주제는 '로컬 프리즘: 시선의 확장'으로,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비롯해 전북 14개 시·군에서 열린다. 국악과 클래식, 월드뮤직 등 78개 프로그램으로 105차례 관객과 만난다.
전북의 대표 예술 장르 풍물굿으로 축제를 열고, 공동체의 장에서 펼쳐지던 임실필봉농악을 극장용 공연으로 재해석한 풍물오페라 '잡색X'를 개막 공연으로 선보인다.
간판 프로그램인 판소리 다섯바탕은 세대별 판소리 명창의 무대로 꾸민다. 한국소리의전당 명인홀에서 김영자의 '심청가', 왕기석의 '수궁가', 채수정의 '흥보가', 이자람의 '적벽가', 박가빈의 '춘향가'를 감상할 수 있다. 전국 공모로 선정된 젊은 소리꾼 5명의 공연도 전라감영에서 펼쳐진다.
지난해에 이어 국악뿐 아니라 클래식과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처음으로 듀오 공연을 한다.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전주시를 찾는 현악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의 공연도 기대를 모은다. 밴드 윈디시티와 트로트 가수 신바람 이박사의 협업 무대도 마련된다.
폐막 공연은 판소리 전성기의 기록물을 재구성했다. 1995년 방영된 '빅쇼-조상현&신영희, 소리로 한세상'이 모티프가 된 '조상현&신영희의 빅쇼'다. 재담 넘치는 두 명창이 KBS국악관현악단, 전북대 한국음악과 학생들과 꾸미는 공연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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