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조정석이 조정석 했다, 여름이었다…[종합]
조정석 "여장한 내 모습 보고 '뭐지?' 했죠"
한선화 "존경스러울 정도, 첫 촬영 때 현타와"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을 위한 영화. 김한결 감독의 신작 '파일럿'의 이야기다. 5년 전 '엑시트'로 924만 관객을 동원한 조정석이 코미디를 들고 올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스웨덴 영화 ‘콕피트’(Cockpit)를 리메이크한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를 그렸다.
26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조정석은 아쉽게 1000만 관객에 미치지 못한 '엑시트'에 대해 언급하며 "아쉬움 보다는 행복했던 기억이다. 지금도 그런 기분이다. '파일럿'도 흥행이 됐으면 좋겠지만 꼭 1000만을 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아니다. 절치부심하는 마음보다는 열심히 만들었으니, 이 영화 정말 보장할 정도로 재밌는 영화니 같이 즐겨 주셨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정석 표 코미디를 내놓는 것에 대해 "부담감은 항상 있다. 어깨가 무겁지만 이겨내야 할 몫이라 생각해서 감내하면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코미디의 정석'이라 불리는 조정석은 이번엔 스타 파일럿 한정우와 항공사에 재취업한 한정미 캐릭터까지 1인 2역을 소화했다. 그는 철저한 체중 조절과 100벌이 넘는 의상 피팅, 전문 파일럿 교육에 이르기까지 두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조정석은 "준비 과정은 굉장히 치열했다. 아무래도 의상, 분장팀 등 똘똘 뭉쳐서 변신 성공을 위해 노력했다. 저 또한 고군분투했다"고 밝혔다.
여장 연기를 하면서 희화화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그는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언급하며 캐릭터를 만드는 데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이 이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코미디의 경중이 저와 굉장히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영화를 보시면 희화화한다는 느낌보다 정말 '코미디'라는 느낌을 받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장을 위해 조정석은 7kg을 감량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의상 실장님과 약속한 것도 있어서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통해 살을 많이 뺐다"며 "지압과 림프샘 마사지를 많이 해서 턱선이 나왔다"고 수줍게 말했다.
여장 후 자기 모습에 대해 조정석은 "극 중 나를 아는 많은 사람이 변신했을 때 이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촬영에서 두 번 정도 '어, 뭐지?'하는 느낌을 받았다. 샤워하고 나와서 거울을 보면서 머리가 적셔져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그런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옆에서 그를 지켜본 한선화는 "너무 존경스러웠다"며 "저도 활동을 많이 해서 아는 데 쉬운 일이 아니다. 다 감수하셨다"고 말했다. 신승호는 "솔직히 굉장히 충격적이었다"며 "조정석이 연기한 두 인물을 다 만나야 했는데 한정미 앞에선 정말 이성을 대하듯 할 수밖에 없었다"고 귀띔했다.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주명은 한정미의 동료 파일럿 윤슬기로 분했다. 그는 "조정석과 한선화, 신승호, 김한결 감독과 함께 한다는 소리에 '이건 무조건 내 것이다'고 했다. 특별한 고민 없이 출연했고 들떠있는 상태라 그만큼 누가 되고 싶지 않아 애를 많이 썼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정석은 "모든 캐스팅이 반갑고 좋았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부터 유심히 지켜본 후배가 이주명"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당시 저와 같이 나오진 않았지만 연기도 잘하고 매력 있고 강력한 임팩트가 있더라. 같이 촬영한 정경호에게 '그 배우 좋다'고 물어볼 정도였다. 캐스팅 소식에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주명은 "제가 훨씬 더 좋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통통 튀는 연기력으로 사랑받은 시크릿 출신 배우 한선화는 ASMR 뷰티 유튜버이자 한정우의 혈육 한정미를 연기했다. 그는 "이번 역할 때문에 ASMR 뷰티 유튜버들을 찾아보다 보니까 너무 매력적인 콘텐츠더라. 보면서 많은 참고를 했다. 한정미는 좀 더 재미있게 매력적으로 보여드려야 해서 저의 아이디어를 넣어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선화는 조정석과 연기 호흡에 대해 "100%였다"며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저는 동의 못 한다. 200%"라고 거들었다.
아울러 한선화는 "감사하게도 제 장면들이 다 재밌는 신이었다"며 "현장에서 조정석 선배와 연기하는 데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촬영 하고 현타가 왔다"고 털어놨다.
'파일럿' 촬영 당시 한선화는 '술꾼 도시 여자들'과 '달짝지근해'를 함께 촬영할 때였다고. 그는 "대본을 세 개를 봤어야 했는데 조정석과 처음 촬영한 이후 차량에 무드 등을 달고 대본을 더 준비했다. 현장에서 더 재밌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조정석에게 감사하다"고 귀띔했다.
조정석은 "배우들과 연기를 하다 보면 앙상블이 중요한데 한선화와는 장단이 너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명, 신승호와도 재밌는 장면이 많지만, 한선화와는 좀 더 유쾌하고 발랄한 장면이 많았다. 주고받음, 리듬과 템포가 잘 맞았고 너무 좋았다"고 칭찬했다.
배우 신승호는 한정우의 후배이자 한정미의 파일럿 동료 서현석 역을 맡아 그동안 선보였던 카리스마를 버리고 180도 다른 모습을 연기했다.
조정석은 "그동안 빌런 역할도 많이 하셨었고, 분위기가 확 바뀐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신승호는 "무거운 캐릭터들을 많이 했었다. 실제 제 성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무거워 보이려 노력한 것도 없고, 실제 성격 같은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다. 장난기 넘치는 모습은 좀 닮았다"고 말했다. 또 "코미디 장르에 대한 도전과 갈증이 있었다. 연기가 재밌다고 느낀 부분이 코미디였기에 이번이 감사한 기회였다"고 부연했다.
극 중 조정석에서 플러팅을 던지는 신승호는 "살면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며 "최선을 다했고 묘한 기분으로 촬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출은 '가장 보통의 연애' 김한결 감독이 맡았다.'좌절'과 '극복'을 이 영화의 키워드라고 밝힌 김 감독은 "거대한 비유 같은 영화다. 원작이 있지만 변신한다는 기획이 참신했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서 배우가 중요한데 조정석은 '헤드윅'도 있고 모든 게 준비되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를 본 관객에게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인 것 같다"며 "코미디 영화이지만 볼거리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 큰 화면에서 봐야 잘 보일 것 같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 바람 쐬러 '파일럿'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파일럿'은 오는 7월 31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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