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없는 포퓰리즘, 위기의 민주주의···“포용으로 맞서야”[2024 경향포럼]

김희진 기자 2024. 6. 2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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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영상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 문재원 기자

“두려움과 혐오를 조장하며 ‘우리 대 그들’ 구도를 만드는 정치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힐러리 클린턴)

“제국주의, 파시즘, 공산주의, 자유주의에 이어 포퓰리즘이 모멘텀을 얻고 있다.”(옌쉐퉁)

‘분열의 시대, 다양성과 포용이 희망이다’를 주제로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 참가한 석학과 전문가들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포퓰리즘의 부상과 정치 양극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야스차 뭉크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포퓰리즘의 부상으로 자유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나만’ ‘홀로’ 국민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포퓰리즘 정당과 정치인이 양극화와 갈등을 심화한다는 것이다. 뭉크 교수는 “한국에서도 ‘진정한 국민’, ‘우리 편만 애국’ 등 배타적 태도를 강조하는 정치인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것이 바로 포퓰리즘적 주장”이라고 짚었다.

야스차 뭉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2024.06.26 문재원 기자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자유주의 가치를 반대하는 포퓰리즘이 원동력을 얻고 있다. (이런 흐름은) 최소 5년 안에 ‘유턴’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의 인권 규범이 퇴행하는 이른바 ‘반세계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옌 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한 국내 정치적 분열이 국제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이날 강연자들은 공통으로 분열의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해법으로 연대의 가치를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세상을 바꾸는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와 대담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구분하고 타인을 희생시키는 대신, 함께 더 나아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갈수록 협의보다 갈등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럴수록 다양한 개인이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다양성을 원치 않는) 이념·정치·경제적으로 강력한 세력이 세상을 뒷걸음질 치도록 밀고 있어서,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캐시 박 홍 미국 UC버클리대 영문과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문재원 기자

특별강연에 나선 이자스민 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한국 사회를 ‘선택적 인종차별 국가’라고 정의했다. “선진국·저개발국 출신 외국인을 서열화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정치와 제도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은 지역구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 중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과 일본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치·경제계 주요 인사를 포함해 일반 참가자까지 약 400명이 참석했다. 국내 연사로는 최태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최·이 교수는 강연 후 뭉크 교수, 에밀리아 팔로넨 핀란드 헬싱키대 교수와 함께 포퓰리즘 및 한국의 팬덤정치, 민주주의가 나아갈 길, 민주시민의 역할 등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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