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제때 못갚는 자영업자 늘었다…증권·저축은행, 부동산PF 리스크 여전

구현주 기자 2024. 6. 2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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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연체 차주 증가로 가계대출 연체율 ↑
PF 연체율, 증권17.6%·저축銀 11.3%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4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취약차주 연체율이 10%를 넘겼다. 증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리스크도 여전하다.

26일 한국은행은 이같은 분석을 담은 ‘2024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내놓았다.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88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늘었으나 신용대출과 판매신용이 감소해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1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가계신용통계 기준)은 149.2%(추정치)로 작년 3분기(152.4%)에 비해 하락했다.

같은시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0.98%(은행 0.37%, 비은행 2.17%)로 작년 3분기 말 대비 0.09%p(은행 0.02%p, 비은행 0.26%p) 상승했다. 연체율 상승은 고금리 지속 등으로 채무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2년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취약차주에서 뚜렷한 모습이다.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말 0.50%에서 2024년 1분기말 1.52%로 상승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 취약차주 연체율은 1분기 10.21%에 달한다.

연체율 상승은 평균 연체액보다는 연체차주 수 증가에 기인한다. 신규연체 진입차주가 늘어난 가운데 이들이 연체상태를 상당 기간 지속하고 있다. 실제 연체차주 수 비중은 가계 2.31%, 자영업자 4.2%로 2022년 2분기 1.72%, 1.57% 대비 크게 상승했다. 연체차주 연체지속률 또한 가계(76.2%) 및 자영업자(74.6%) 모두 높은 수준이다.

서평석 한은 금융안정기획부장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으면서 자영업자 대출 연체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며 “아직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자체가 높진 않으나 상승 속도를 빠르기에 변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2024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한국은행

기업신용은 비은행금융기관과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연체율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금융기관 기업대출은 1분기 말 기준 1866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2.31%(은행 0.48%, 비은행금융기관 5.96%)로 작년 3분기 말 대비 0.59%p 상승했다. 비은행 연체율 상승폭(1.73%p)이 은행(0.06%p)에 비해 두드러졌다.

비은행금융기관은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부동산PF 부진 지속 등으로 저하됐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비율은 각각 7.21%, 13.32%로 전년 동기 대비 2.93%p, 8.44%p 올랐다.

부동산 PF는 특정 부동산 개발 사업을 대상으로 그 사업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 재원으로 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브릿지론은 공사 착수 전 토지매입과 인허가를 위해 받는 대출이다. 브릿지론은 부동산PF 관련 신용경계감 확산 등으로 본PF대출로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대출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다. 본PF대출은 시공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미분양 리스크도 있다.

1분기 말 기준 금융사 부동산PF 대출잔액은 134조2000억원이다.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3.55%로 2021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증권, 저축은행, 여신전문 등 업권이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분기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증권 17.6%, 저축 11.3%, 여전 5.3%다.

한국은행 ‘2024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한국은행

증권업권에서는 중소형 증권사가 대형사에 비해 건전성 저하 속도가 빠르다. 중소형 증권사는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이나 중·후순위 비중이 여전히 높은데다 PF채무보증 건전성 저하 속도도 빠르다.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단기금융시장 전반에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경우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비은행권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 유동성대응능력 등이 양호하기에 리스크가 시스템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금융시스템 대내외 충격 감내능력을 의미하는 복원력은 금융기관의 자본적정성 비율이 감독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유동성비율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양호한 모습을 지속했다.

1분기 말 기준 일반은행 자본적정성 비율(BIS 총자본비율)은 17.6%로 감독기준(10.5%, D-SIB 11.5%)을 크게 상회했다. 비은행금융기관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대응능력도 모든 업권에서 양호한 수준이다.

한은은 마이크로데이터 기반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재구축으로 금융기관 복원력을 점검했다.그 결과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기관에서 부도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추정됐다. 국내은행은 가계 취약차주 평균 부도율이 기준시점(2023년말) 2.9%에서 2025년말 4.7%까지 높아졌다. 부실우려 PF 대출 비중이 큰 취약 저축은행은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기준시점 14.0%에서 2024~25년 중 최대 26.5%까지 상승했다. 취약 새마을금고와 취약 신용협동조합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기준시점 10.1%, 10.2%에서 2025년말 19.4%, 12.3%로 상승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은행의 평균 총자본비율은 기준시점(2023년말) 16.6%에서 2025년말 16.0%로 0.6%p 하락했다. 저축은행은 평균 자기자본비율이 기준시점 14.3%에서 2025년말 10.6%로 은행에 비해 크게 하락하나, 여전히 감독기준(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 8%, 1조원 미만 중소형 7%)을 상회했다.

한은 관계자는 “거시경제충격으로 일부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 조합에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시스템 내 상호연계 구조와 해당 기관 규모를 감안할 때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은 자금조달시 다른 금융업권에 대한 의존도가 10% 미만으로 은행·증권회사·보험회사 등에 비해 금융시스템 내 상호연계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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