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엄마 없이도 자립심 강했던 딸인데… “여기 일한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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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들을 올봄에 중국으로 보내고 못 봤는데죽으려고 한국에 일하러 온 건 아니잖아."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망자 이해옥(39) 씨 유족은 25일 각종 서류를 들고 화성시청을 나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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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대조위해 올라온 아버지
“결과 기다려봐야” 희망의 끈
가족 생계 위해 한국 남았던 엄마
유족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화성=노지운·김린아·박성훈 기자
“7살 아들을 올봄에 중국으로 보내고 못 봤는데…죽으려고 한국에 일하러 온 건 아니잖아….”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망자 이해옥(39) 씨 유족은 25일 각종 서류를 들고 화성시청을 나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의 이모(62)는 사고 당일 경찰로부터 “이 씨가 사망 명단에 있으니 DNA를 채취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지문 등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시신에서 채취한 DNA와 유족 DNA를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족에 따르면 이 씨는 어머니와 언니를 중국 저장(浙江)성에 두고 10년 전 생계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파출부로 일하면서 옌볜(延邊) 출신 남성과 결혼해 7살 외동아들도 뒀다. 형편이 넉넉지는 않지만 아들 뒷바라지에 착실했던 엄마였다. 이 씨의 이모는 “올봄 남편과 별거 후 도저히 아들을 돌볼 상황이 안 돼 중국에 있는 시댁으로 보냈는데 그때부터 공장 일을 시작한 것 같다”며 “어디로 일 다니냐고 물으면 알려주지 않아 잘 살겠거니 했는데, 경찰서에서 이런 연락이 올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의 사촌언니는 “SNS로 안부를 주고받고 19일엔 통화도 했었다”며 “사고 하루 전에는 자기 엄마랑 통화를 했다고 한다”며 울먹였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국인 사망자 2명 중 한 명인 최모(38) 씨의 아버지도 딸의 DNA 결과를 기다리며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5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에서 만난 아버지 최모(65) 씨는 “DNA 대조가 필요하니 경찰서로 와 달라”는 연락을 받자마자 2시간 만에 충남 태안에서 달려왔다고 했다. 최 씨는 “사고 이틀 전에도 고구마, 감자, 마늘을 보내주겠다고 통화했는데 이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망연자실했다. 최 씨는 “일단 (DNA 검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지 않겠냐”며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지만 그의 안색은 이미 파랗게 질려 있었다. 최 씨는 “혼자 사는 아비가 걱정돼 2∼3일마다 전화했고 그때마다 식사 챙기라고, 건강 챙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둘째 딸이었다”면서 “어린 나이에 독립해서 부모한테 손 한번 안 빌리고 착실히 살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씨는 “심란해 잠도 안 오고 뜬눈으로 밤을 새울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사망자 유족들이 모인 모두누림센터에는 유족 20여 명이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인근 호텔에서 잤다는 일부 유족은 침울한 표정으로 한식 도시락을 겨우 입으로 넘겼다. 조카 두 명을 한 번에 잃었다는 한 유족은 “사촌지간이던 언니들의 외동딸, 외동아들이 서른도 안 돼 둘 다 죽었다”며 “착하고 공부도 잘하던 아이들인데 더 자주 봐둘 걸 그랬다”고 말했다.
화성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추모 분향소를 찾은 한 유족은 “이제 겨우 26살인데 어떡하니. 어떻게 이런 날벼락이 있을 수 있어?”라며 입을 막고 오열하기도 했다. 한 사망자 남편은 “코로나19로 아내와 떨어져 살다 3개월 전에야 한국에서 만났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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