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전조 무시한 人災… 정부, 배터리업체 500곳 안전점검

조재연 기자 2024. 6. 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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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1차전지 공장 화재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26일 정부가 수백 곳의 전지제조업 사업장에 긴급 자체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유사 위험시설 사고를 막고자 500여 곳의 전지제조업 사업장에 리튬 취급 안전수칙 자체점검표를 토대로 긴급 자체점검을 시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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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사 재발방지 늑장조치
아리셀 공장 전면작업중지 명령
당국, 근로자 불법파견 등 조사
화성공장, 5년전 리튬 과다보관
소방시설 불량 시정조치도 무시
리튬 분리보관 규정 위반 가능성
화재 희생자 추모 분향소 마련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사 로비에 마련된 서신면 전곡리 공장화재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무려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1차전지 공장 화재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26일 정부가 수백 곳의 전지제조업 사업장에 긴급 자체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화재가 여러 전조 증상을 무시한 끝에 일어난 ‘총체적 인재’로 드러나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유사 위험시설 사고를 막고자 500여 곳의 전지제조업 사업장에 리튬 취급 안전수칙 자체점검표를 토대로 긴급 자체점검을 시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지 관련 200여 개 회사는 소방청 주관 관계부처 합동으로 25일부터 긴급 화재안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화재가 단순 산업재해가 아니라 고질적 규정 위반과 안전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예고된 참사’였던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아리셀은 5년 전인 2019년에도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돼 벌금을 낸 전력이 있다. 당시 아리셀은 위험물인 리튬에 대해 옥내저장소에 990㎏의 저장 허가를 받았는데, 실제로는 1150㎏을 저장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이는 지정수량(리튬 기준 50㎏)의 23배 분량으로, 허가량의 160㎏(지정수량의 3.2배)을 초과 보관한 것이 문제가 됐다. 지정수량이란 위험물 종류별로 위험성을 고려해 시행령에 규정된 수량으로, 취급소 설치 허가 등에 있어서 최저 기준이 되는 수량을 의미한다. 소방당국은 당시 업체 구매부장과 법인에 각각 50만 원씩 총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아리셀은 다음 해인 2020년엔 자체점검 결과 옥내 소화전 체크밸브 불량, 자동화재탐지설비 감지기 작동 불량 등 4건의 지적 사항이 발생해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화재 이틀 전인 22일에도 공장 2동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업체 측은 자체 진화한 뒤 따로 신고하지 않았다. 사후 신고를 하지 않은 것 역시 규정 위반이다. 해당 공장엔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스프링클러조차 없었고,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소화전만 설치돼 있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기술지침엔 리튬금속을 ‘분리된 방이나 건물’에 저장하도록 하고, 저장실에는 ‘화염을 사용하지 않고 충분한 열을 공급’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업체 측이 이 같은 관련 안전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부로 아리셀 공장 전체에 대해 전면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전면작업중지 명령은 아리셀 공장 내 동종·유사재해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사고가 발생한 업체에선 사망한 근로자들을 ‘도급’ 형태로 고용했다고 밝혔지만, 당국은 ‘불법 파견’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25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박순관 대표 등 5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출국 금지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찰 수사는 화재 원인의 규명과 초동 대처의 적정성 여부 등 두 갈래로 나눠 진행될 전망이다. 본사 대상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재연·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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