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절반은 "자살생각 해봤다"…전체청년의 4.4배
도움 요청은 주로 '학교·동네친구'…고립·은둔율 10.6%로 전체의 4배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자립준비청년의 절반 가까이는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이들의 삶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정신건강 영역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자립준비청년의 건강과 교육, 고용 등 자립실태와 지원 욕구를 조사한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립준비청년'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직접 양육하기 어려워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다가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된 청년이다.
실태조사에는 보호종료 5년 이내인 전체 자립준비청년 9천670명 중 5천32명이 참여했다.
보호유형은 가정 위탁이 58.7%로 가장 많았고, 아동양육시설 31.0%, 공동생활가정 10.3%였다.
18세가 된 직후 보호를 종료한 '연령도래 종료자'는 50.4%, 18세 이후에도 일정 기간 보호기간을 연장하다가 종료한 '연장보호 종료자'는 49.6%였다.
보호기간을 연장한 이유로는 ▲ 진학·취업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해서(57.4%)가 가장 높았다. ▲ 그냥 살던 곳이어서(19.6%), ▲ 경제적 지원이 계속 필요해서(12.9%)로 뒤를 이었다.
자립준비청년의 건강보험 가입자 비율은 56.7%로, 직전 조사인 2020년(42.9%)보다 13.8%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작년 기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비율은 42.6%로, 2020년(30.9%)보다 11.7%포인트나 늘어나, 자립준비청년의 고용·경제적 수준 개선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최근 2년간 건강검진 수검률은 53.4%로 2020년(47.1%)보다 증가했다.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자립준비청년은 41.6%로, 2020년(41.5%)과 비슷하고, 전체 청년(54.5%)보다는 적다.
질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한받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8.3%였다. 일상생활을 방해한 주요 질병 유형으로는 정신과(51.0%)를 가장 많이 꼽았고, 정형외과 20.1%, 내과 4.5%, 이비인후과 4.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 1년간 병·의원 진료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비율은 20.7%로, 2020년(36.4%)보다 15.7%포인트 감소했다.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한 주된 이유는 ▲ 진료비가 부담돼서(58.5%), ▲시간이 없어서(28.7%) 등이었다.
복지부는 "작년 12월부터 건강보험 가입자가 병·의원 진료를 받을 때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을 의료급여 2종 수준으로 경감하는 '자립준비청년 의료비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향후 미충족 의료경험률을 더욱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자립준비청년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6점이었다.
만족도는 2020년(5.3점)보다 높아졌지만, 전체 청년의 만족도(6.72점)에 비하면 낮다.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5%로 2020년(50.0%)보다 3.5%포인트 줄었지만, 전체 청년(10.5%)의 4.4배였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8.3%였다.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이유는 ▲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30.7%), ▲ 경제적 문제(28.7%), ▲ 가정생활 문제(12.3%), ▲ 학업·취업 문제(7.3%) 순이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자살 생각이 들 때 ▲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멘토(30.3%) ▲ 운동·취미 등 지원(24.7%) ▲ 심리상담 지원(11.0%) ▲ 정신과 치료지원(9.6)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할 수 있는 사람(3순위까지 응답)으로 학교·동네 친구(59.0%)를 가장 많이 꼽았다. ▲ 형제·자매(28.3%), 시설 선생님·위탁 부모님(26.4%) ▲ 친척(23.8%) 등도 순위권을 차지했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비율은 6.2%로, 2020년(7.2%)보다 줄었다.
부모 유무에 대한 질문에는 53.5%가 '있다'고 답했다. '없다'는 34.8%, '모름'은 11.7%였다.
자립준비청년은 고립·은둔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출 빈도 조사 자립준비청년 중 '보통 집에 있거나 집(방)밖으로 안 나간다'는 비율은 10.6%로 전체 청년(2.8%)의 약 4배였다.
고립·은둔의 이유는 ▲ 취업 문제(30.7%) ▲ 인간관계 문제(15.2%) ▲ 건강 문제(8.1%) 등이었다. 다만 '기타'라고 답한 비율은 28.7%로 높아 고립·은둔의 이유가 개인마다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립준비청년의 69.5%는 1인 가구였다.
주거유형으로는 ▲ 공공임대주택(45.3%) ▲ 월세(21.2%) ▲ 친척 집(6.9%) ▲ 전세(5.5%) ▲ 기숙사·학사(4.4%) 순으로 나타났다.
평균 주거비는 보증금 3천825만원, 월세 28만8천원이었다.
자립준비청년은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으로 '주거비 지원'(40.2%)을 꼽았고, '전세자금 대출'(15.3%), '주거상담·정보제공'(11.8%)이 뒤를 이었다.
자립준비청년의 대학 진학률은 69.7%로, 2020년(62.7%)보다 7%포인트 올랐으나, 한국 고등학교 졸업자의 평균 대학 진학률(72.8%)보다는 낮았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는 ▲ 빨리 취업하고 싶어서(51.2%) ▲ 대학에 가야 할 이유가 없어서(14.6%) ▲ 경제적으로 어려워서(11.3%) ▲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8.8%) 등이었다.
취업·미취업 상태를 구분하지 않은 전체 자립준비청년의 월평균 소득은 165만원으로, 2020년(127만원)보다 38만원 늘었다. 월평균 생활비는 108만원이었다.
고용률은 52.4%로 2020년(42.2%)보다 10.2%포인트 상승했지만, 20∼29세 청년 고용률(61.3%)보다는 낮았다.
임금근로자가 95.6%로 대부분이었고, 4.4%는 자영업자 등 비임금금로자였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 임금근로자(정규직 또는 1년 이상 고용계약)는 77.6%, 임시직(1개월∼1년 미만) 18.0%, 일용직 4.4%였다.
취업자의 월평균 급여는 212만원(세금 공제 후)으로 2020년(182만원)보다 16.4% 올랐다.
자립준비청년 중 실업자는 15.8%로 2020년(28.2%)보다 줄었지만, 20∼29세 전체 청년 실업률(5.3%)보다는 높았다.
취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는 ▲ 일 경험 기회 제공(24.2%) ▲ 고용지원금(18.5%) ▲ 진로탐색 기회 제공(17.1%) ▲ 취업상담·정보(15.5%) 등을 꼽았다.
정부의 자립준비청년 지원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6점이었다.
보호종료 후 자립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은 ▲ 경제적 지원(68.2%) ▲ 주거지원(20.2%) ▲ 진로상담·취업지원(3.4%) ▲ 건강지원(2.5%) 등 이라고 답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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