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취지’ 뒤엎는 입법청문회 탈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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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국회 입법청문회가 희생됐다.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가 야당 의원들만의 반쪽짜리로 진행되며 무례와 모욕의 꾸지람 잔치로 끝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이다.
조사나 인사 사안에 비해선 정파성이 약하기 마련인 입법청문회마저 정파 대결의 장으로 만들며 다수 의석의 야당 측은 기뻐할지 모른다.
입법청문회가 정파적 서커스로 전락하면 이를 지켜보는 일반 유권자는 국회와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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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국회 입법청문회가 희생됐다. 인사청문회는 진작 희생됐다. 정치권의 여야 양극화와 극렬한 정파 싸움은 블랙홀처럼 각종 정치제도를 집어삼켜 희생시키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가 야당 의원들만의 반쪽짜리로 진행되며 무례와 모욕의 꾸지람 잔치로 끝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이다.
청문회란 ‘들을 청(聽)’에 ‘들을 문(聞)’으로 구성된 단어다. 영어로는 ‘hearing’이다. 증인이나 참고인의 의견을 듣는 회의다. 의원의 말이 아니라, 현안 관련자나 전문가의 말을 듣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게 취지다. 특히 입법청문회란 의원들이 법안을 심의할 때 참고하려고 다양한 말을 듣는 자리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의원들은 경청보다 자기 말만 줄곧 외친다. 선거로 당선되는 만큼 의원들은 태생적으로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국정 감사·조사, 예산·결산 심의, 업무 보고, 대정부 질문 등 각종 국회 회의에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해 본 사람들은 잘 안다. 의원 대다수는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고, 걸핏하면 중간에 끊고, 말할 기회마저 주지 않는 때가 많다. 오죽하면 의원들과 회의할 때 “잘 알겠습니다”나 “유념하겠습니다”란 말만 하면 된다거나, 그렇게 말할 시간밖에 없다는 자조(自嘲)가 공무원 사회에 퍼지겠는가.
의원들의 이런 모습이 입법청문회에서 재연돼선 곤란하다. 입법청문회는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법안의 타당성·적실성·종합성을 기하기 위해 여러 관계자나 전문가를 ‘초대’해 의견을 듣는 게 목적이다.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라면 특검제도로 가는 게 나을지, 특검의 구성과 역할은 어때야 할지, 특검의 활동과 법체계의 정합성은 어떻게 확보할지 등을 다각적으로 짚는 다양한 말을 들어야 한다. 다른 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특검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말을 극도로 아낄 수밖에 없는 인사들을 불러 풍부한 말을 들을 수 있겠는가. 관계자에게 창피를 주고 앞으로 있을 큰 싸움(특검 실시)에서 정파적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조사나 인사 사안에 비해선 정파성이 약하기 마련인 입법청문회마저 정파 대결의 장으로 만들며 다수 의석의 야당 측은 기뻐할지 모른다. 그러나 좋은 전략이 아닐 수 있다. 입법청문회가 정파적 서커스로 전락하면 이를 지켜보는 일반 유권자는 국회와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우게 된다. 일부 강성 지지자는 기세를 올리며 똘똘 뭉칠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편 팬덤도 결집할 수 있고, 많은 비정파적 유권자는 정치에 혐오를 느끼며 불신 세력이 된다. 이런 유권자가 늘수록 정치는 불확실해져 민심의 추를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한쪽으로 권력을 몰아주지 않고 균형을 취해온 역대 선거에서의 민심 흐름을 볼 때 4월 선거로 입법 헤게모니를 쥔 야당에 불리하게 민심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서도 근래 정치 양극화로 입법청문회가 정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늘며 논쟁거리가 됐다. 온갖 의견 가운데 하나의 합일점이 있다면, 미 의회 입법청문회를 살리고 미국 민주주의를 살리려면 정파성이 줄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도 작게는 입법청문회를, 크게는 민주주의 자체를 살리려면 결국 극단적인 정파성을 순화시키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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