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말장난[오후여담]

2024. 6. 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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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북송금 사건으로 추가 기소된 이틀 뒤인 지난 14일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자 18일 페이스북에 해명성 글을 올리며 사과했는데, 이게 또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뒷말을 낳고 있다.

이 대표는 먼저 "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저의 부족함 탓이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나쁜 사과의 전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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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북송금 사건으로 추가 기소된 이틀 뒤인 지난 14일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자 18일 페이스북에 해명성 글을 올리며 사과했는데, 이게 또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뒷말을 낳고 있다. 이 대표는 먼저 “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저의 부족함 탓이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나쁜 사과의 전형 같다. 이 대표는 애완견 발언 때 18일처럼 ‘일부 언론’이나 ‘일부 법조기자’로 한정하지 않고 뭉뚱그려 “진실 보도는커녕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자신이 문제적 발언을 해놓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오해한 것이라고, 잘못을 떠넘기는 적반하장이다.

잘못했으면 깔끔하게 ‘죄송하다’거나 ‘사죄드린다’고 하면 될 터인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한 것도 나쁘다. 유감은 사과의 언어가 아니다. 국어사전에 유감(遺憾)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돼 있다. “이재명이 그렇게 사과해 유감이다”라고 쓰면 딱 맞는 표현이다.

사과는 짧고 변명은 긴 주객전도도 문제다. 이 대표는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닌데, 당신이 오해하게 했다면 유감’이라는 식으로 영혼 없는 사과를 한 뒤 길게 변명을 이어가며 애완견 사태도 언론이 비튼 것이란 식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부 언론의 명백하고 심각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애완견 행태 비판을 전체 언론에 대한 근거 없고 부당한 비판인 양 변질시키는 것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등등.

이런 이재명에게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라고 낯뜨거운 칭송을 하고 90도로 절했다가 당 안팎의 비난에 직면한 강민구 최고위원이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해명한 것도 화를 더 키웠다. 큰 사고를 쳤을 때는 제대로 사과하는 게 사태를 빨리 진정시키는 첩경이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이 자신과 노무현재단 계좌를 사찰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최근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된 유시민 씨는 사과는커녕 유튜브에 출연해 “그래, 네 팔뚝 굵다” “언론 하이에나가 한동훈을 물어뜯는 날이 곧 온다” 등으로 비난했는데, 이재명의 이상한 사과가 이보다는 낫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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