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구두개입에도…달러당 1400원 코앞
“환율 변동성 커질 가능성 배제못해”
두 달여 만에 달러당 1390원대에 올라선 원·달러 환율이 꺾일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한·일 재무장관이 개입성 발언을 내놨지만 달러 강세에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지연되거나, 중동 지역 분쟁 재점화를 비롯해 엔화와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원·달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오른 1388.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391.5원에 개장한 뒤 종일 1390원선 안팎에서 오가다 장 마감을 앞두고 상승 폭이 다소 축소됐다. 지난 4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터치하자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며 환율 상단은 달러당 1400원으로 굳어진 상태다.
전날 한·일 재무장관이 공동보도문을 통해 양국 통화 절하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외환시장 개입을 시사했지만, 원화는 물론 달러당 엔화도 장중 159.7엔까지 오르며 약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의 발언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여파가 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셸 보먼 미 연준 이사가 현재 정책금리를 낮추기에 적절한 시점은 아니라고 매파적으로 발언하면서 달러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최근 원·달러가 고공행진인 가운데 2022년 하반기에 비해서 완만하게 상승 중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치근 환율 상승의 대외적 요인으로 중국 경제와 일본 통화 정책 등을 거론했다. 한은은 “중국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가 불식되지 않은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의 중동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며 “여기에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시장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등에 (환율 상승이)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주요 투자은행들은 대내외 여건이 상대적으로 개선된 점을 고려해 환율이 연말까지 하향 한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연준 금리인하 기대가 계속 지연되거나 엔화 및 위안화 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원화 약세 요인이 다시 강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장정수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의 환율 상황을 두고 “통화정책 기조 차별화나 엔화, 위안화 약세 변동에 따라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쏠림 있다면 시장 안정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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