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외국인노동자 대형 참사 예방책 무엇인가

2024. 6. 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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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대전외국인복지관장
김봉구 대전외국인복지관장 /뉴스1

(대전=뉴스1) = 대형 참사 현장엔 늘 외국인노동자가 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외국인노동자가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제나 방문취업제는 건설업, 제조업, 농축산업, 일부 서비스업에 종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국내에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16개 국가와 MOU를 체결해 인력을 송출받고 있다.

그래서 외국인노동자는 밀입국을 했거나 불법적으로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초청한 '손님 노동자'다. 정부나 중소업체들은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 인력을 해마다 늘려 왔다. 고용허가제를 시행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농어촌의 부족한 일손은 법무부가 계절노동자라는 제도를 만들어 각 지자체에서 인력을 초청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외국인노동자다. 그들의 명복을 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참사 현장에서 희생당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외국인노동자는 내국인노동자에 비해 산업재해율이 2배 높고, 산재 인정률은 내국인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언어 소통의 문제, 작업숙련도,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 노동, 차별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되풀이되는 참사를 줄일 예방책은 무엇일까?

첫째, 산업안전법이나 중대재해법은 예방보다는 사후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효과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을 만들거나 바꿔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법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교육이나 안전관리사를 배치하되 외국인노동자가 자국어로 안내받을 수 있도록 통역원을 배치하고, 자국어 안전 안내서 비치 등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정부는 3년이었던 외국인노동자 근무 년수를 최장 10년으로 연장시켰다. 정부가 이들의 체류기간을 확대해 온 이유는 부족한 인력 문제, 제조업체들의 숙련노동력 선호, 저출생고령사회의 대안 등 한국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이주노동자들도 한국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세금도 내고, 4대 보험료도 납부하고, 인력난도 해소하고, 인구절벽의 대안이기도 하다. 저렴하게 쓰고 버린다는 식의 근시안적 관점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범정부적 차원으로 이주민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 봐야 한다. 입국 전부터 철저한 사전교육을 진행해 조기 정착률을 높일 수 있고, 각종 재해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현지 사전교육에 신경을 쓰는 게 저비용 고효율이다.

전국적으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민간에 위탁해 노동부가 커버하지 못하는 각종 민원에 즉각 대응하는 것 역시 저비용 고효율 정책이다.

연간 외국인노동자들이 내는 세금·수수료·과태료 등은 2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예산은 고작 수십억원에 불과하다. 작년에 노동부 외국인노동자 사업비 100억원도 삭감했다. 외국인노동자는 증가하는 데 상담소는 폐쇄하고, 예산은 삭감하는 모순된 행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예산을 없애는 건 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것이다.

외국인노동자 비자 10년은 이들이 이주노동자에서 지역주민이 된다는 의미다. 5년 이상 거주할 경우 영주권이 부여되므로 정부는 저출생고령사회의 대안으로 외국인주민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들에 대한 각종 복리후생정책과 예산을 반영해 각 지자체에 잘 정착하도록 해야 하며, 행정안전부 등과 협조해 사문화된 ‘거주외국인 지원 조례’에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 중인 계절노동자 기숙사 건립처럼 노동부도 이주노동자 기숙사 건립 정책을 추진하고, 외국인노동자센터 등 이들의 사랑방을 확보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의 지역 정착률을 높이는 것이 지역소멸의 대안이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상생의 경제공동체라는 큰 그림도 그려야 한다. 한국으로 오는 이주노동자, 돌아가는 노동자들은 평생 한국과 동반자 관계로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자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브릿지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 일하다가 네팔로 돌아간 노동자 6명이 지난해 시장으로 당선돼 현재 시정을 펼치고 있다. 누구와 어떻게 파트너십을 이루며 외교·통상을 하는 게 효과적인지 답이 보이지 않는가?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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