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8명 혈액암 진단 서울교통공사…관련 업무 816명 전수조사

김보미 기자 2024. 6. 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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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지난 9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노동자가 작업 중 숨진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와 공사 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차량정비소 등에서 업무를 했던 8명의 혈액암 진단이 확인된 서울교통공사가 직원 816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다고 26일 밝혔다.

공사 측은 작업 환경과 혈액암 발병 간 정확한 인과관계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직업환경 분야 전문의와 노동전문 변호사, 보건학 교수 등 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 전동차 도장작업, 배수 펌프실 점검 등 유해 요인에 노출돼 업무를 한 직원 816명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은 현직뿐 아니라 퇴직자도 포함된다. 전동차 도장작업은 529명(현직 509명·퇴직 20명), 배수 펌프실 점검은 287명(현직 248명·퇴직 39명)이다.

현재까지 공사에서 혈액암 진단을 받은 직원은 총 8명이다. 이 가운데 3명은 사망했다. 4명은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고, 1명은 산재 신청을 진행 중이다. 혈액암 판정을 받은 이들은 지축차량 정비소 직원(4명)이 가장 많았다.

공사 측은 차량기지 내 도장작업, 지하철역 배수 펌프실 점검 과정에서 관련 위험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동차 외관과 하부 대차, 회전 모터 등의 부식을 막기 위해 3년마다 도장을 하는데 과거에는 벤젠 성분이 포함된 시너를 유성 페인트와 함께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도색·건조 작업 과정에서 유해 성분을 흡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공사 측의 분석이다.

또 배수펌프실에서 라돈이 다량 함유된 집수정(물 저장시설) 배수펌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흡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은 대부분 지하 암반 구간에 건설돼 라돈이 지하수를 통해 방출된다.

이번 작업자 전수조사에서는 환경오염 물질과 노출 경로 등을 확인하고, 대상자 집단 면담을 통해 유해 요인 노출 가능성과 강도를 분석한다. 유해 요인이 발병에 미치는 수준을 분석하는 것이다. 조사위는 발병 인과관계를 분석하고 작업 위험 요인을 확정하고, 내년 2~4월까지 3개월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공사 측에 제시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혈액암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승인된 2019년부터 벤젠 성분이 포함된 시너 사용을 중단한 상태”라며 “2022년부터 벤젠계 희석제 사용이 불필요한 전동차용 친환경 수성페인트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페인트 건조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군자·신정·지축 등 3개 차량기지에는 친환경 도장 설비를 구축했다. 내년 6월까지 2개 기지에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세척 과정에서 나오는 유증기 비산 방지를 위한 환기설비도 5개 차량기지 18개소에 추가 설치한다. 2017년 8월 56개 역 배수펌프실에는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한 바 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유해 요인 노출 직원의 건강 검진, 발병 직원 지원 등 보호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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