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시민단체 표적’ 스웨덴 성교육 책, ‘유해도서’ 멍에 벗었다

최원형 기자 2024. 6. 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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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가 지은 성교육 책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문예출판사)가 '청소년유해간행물'이라고 결정했던 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위)가 최근 재심을 통해 이를 번복했다.

지난해 '퍼스트코리아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로부터 시중에 출간된 성교육 책 68권(66종)에 대한 유해성 심의를 해달라 요청받은 간윤위는 이중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한 권만을 올해 4월 '청소년유해간행물'이라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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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검열’ 표적 된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최근 재심으로 결정 번복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청소년유해간행물’로 결정됐다가 재심 통해 ‘문제없다’ 판단을 받은 스웨덴 작가의 성교육 책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표지.

스웨덴 작가가 지은 성교육 책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문예출판사)가 ‘청소년유해간행물’이라고 결정했던 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위)가 최근 재심을 통해 이를 번복했다. 한 시민단체가 간윤위 심의를 요청하는 등 ‘음란·유해도서’라 문제 삼았던 국내 출간 성교육 책 68권에 대해, 이른바 ‘심의 기구’에서조차 결국 모든 책들에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26일 간윤위는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를 다시 심의 해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위원회가 지난 21일 재심을 진행했고, 그 결과 이전 결정을 뒤집고 출판사의 주장을 인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지난해 ‘퍼스트코리아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로부터 시중에 출간된 성교육 책 68권(66종)에 대한 유해성 심의를 해달라 요청받은 간윤위는 이중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한 권만을 올해 4월 ‘청소년유해간행물’이라 결정한 바 있다. 심의 요청은 일부 어린이·청소년 책들에 대해 ‘음란·유해도서’라며 도서관에 민원을 넣어 ‘열람 제한 및 폐기’를 요청하고 관철시켜온 움직임의 연장선 위에 있으며, 이는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검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유해간행물 신고’ 게시판. 누리집 갈무리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는 스웨덴 정부로부터 ‘성평등 전문가’로 공인받아 성교육 활동을 벌여온 작가 인티 차베즈 페레즈가 쓴 성교육 책으로, 스웨덴에서 최우수 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18개국에서 번역 출간돼 호평을 받았다. 첫 심의 당시 간윤위는 남녀 성기와 성행위, 동성애 등을 사실적으로 기술한 내용과 삽화 등을 근거로 ‘청소년유해간행물’ 결정을 내렸다. ‘청소년유해간행물’은 청소년에게 판매·대여되지 못하도록 비닐 포장, 스티커 부착, 전시·진열의 구분 등 여러 제약을 받는다.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청소년유해간행물’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6월20일 스웨덴 작가연합 성명. 문예출판사 제공

문예출판사는 성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서와 유네스코국제성교육가이드 등 자료들을 모아 5월 곧장 간윤위에 재심을 요청했다. 심의 결과가 알려지자 국내 출판계뿐 아니라 스웨덴 작가 연합이 “문학은 자유로워야 하고, ‘도서 금지’(book banning)는 한국과 같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를 비판하는 성명(6월20일)을 내는 등 국내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결국 간윤위는 21일 재심위를 열어 “윤리성, 건전성에 비추어 유해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전 결정을 뒤집었다.

결정을 번복한 취지에 대해, 간윤위 쪽은 “재심 과정에서 이 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더 심도 있게 경청했다. 성에 대해 지나치게 과도한 표현들은 여전히 우려되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이 책이 갖고 있는 교육적인 가치들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한겨레에 밝혔다.

최원형 양선아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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