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단단… 내가 바로 26國서 찾는 ‘K딸기’

김수정 객원기자 2024. 6. 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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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선도하는 K농업] (1) 딸기

FTA 체결국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RCEP(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메가 FTA 확산으로 세계 농산물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신규 발효 FTA를 통해 우리 농식품의 시장 진출 기회가 오히려 확대되기도 했다.

우리 농축산업계는 세계인이 선호하는 농식품 맛과 품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때마침 다양해진 글로벌 K컬처(Culture)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농림축산식품 수출은 사상 최고 실적인 90억3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조선일보는 메가 FTA 속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수출 품목 및 업체의 성공 사례와 농식품 산업의 신성장 동력 창출 노력 등을 살펴본다.

우리나라 딸기 산업은 위기에 강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출 물량이 줄었지만, 품종 변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수출 금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위기는 기회를 만들어낸다. 노력이 뒷받침되면 반드시 약점이 강점으로 전환되는 순간이 있다. 한국 딸기의 성장이 이를 증명한다. 단단한 외피(外皮) 없이 속살은 물론 작은 씨앗까지 드러낸 딸기는 태생적으로 연약하다. 그로 인해 유통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재배 시기 및 농기술 연구에 힘쓰게 됐다. 일본 품종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그간의 사정은 우리만의 품종 개발을 앞당겼다. 결국 2005년 탄생한 ‘설향’은 국내 딸기 농가에서 일본 품종을 몰아냈다. FTA로 인한 위기감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했고, 품질 개선 노력이 이어졌다.

이렇게 체력을 키워온 대한민국 딸기는 해외에서도 ‘프리미엄’으로 통한다. 홍콩·싱가포르·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을 비롯해 전 세계 26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딸기 수출액은 6970만달러(약 970억원)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아시아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에 대한 딸기 수출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약 1780만달러로 그동안 수출액 1위였던 홍콩을 제쳤다. 한류 열풍에 편승해 ▲현지 대형 유통매장 직거래 활성화 ▲지속적인 ‘프리미엄 딸기 인지도 제고’ 마케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두바이 프리미엄 한국산 딸기 론칭 행사’ 등으로 시장을 개척 중인 중동은 무려 415%나 급증했다. 초기 시장이라 아직 수출 물량은 적지만 수출액이 대폭 늘었다. 가격대가 높은 신품종 프리미엄 딸기에 대한 호응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해외 시험 판매 등으로 새로운 소비 문화를 창출한 것이 주효했다. 결국 조직적인 지원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딸기 수출통합조직 케이베리… 생산부터 마케팅까지 전략적 지원

‘혼자보다 함께’의 힘은 농산물 수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딸기 생산 농가와 수출 업체가 2019년 공동 설립한 케이베리는 현재 전국 43개 생산자 단체와 64개 수출 업체를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딸기 수출 업체의 96%에 해당한다.

케이베리에서는 농산물의 생산·수확·포장·판매 등 전 단계에서 품질 기준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쳐 ‘케이베리’라는 단일 브랜드로 전 세계 시장에 수출된다. 인지도를 높이고 외국산이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문제도 방지할 수 있다.

농업회사법인 영지에서 수출하는 딸기. 분홍빛 스노우베리는 바이어마다 취향에 따라 소량으로 요구해 그에 맞게 재배하고 있다. /영지 제공

◇농업회사법인 영지… 25곳 농가의 고품질 딸기를 안정적으로 수출

개별 농가도 수출 농업단지에 모여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딸기 생산지인 경남 진주 수출 농업단지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영지는 현재 25곳 농가의 딸기를 수출하고 있다. 농업단지 내 총 딸기 재배 면적은 18만7080㎡에 달한다.

2012년 11월 출범해 초기에 30만~40만달러 수출했다. 2014년 200만달러를 찍은 후 2021년 700만달러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지금도 연 수출액은 600만~700만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이렇게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품질 딸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박해성 영지 대표는 “수출 딸기는 당도 못지않게 경도가 중요하다. 영지에는 오랜 기간 수출한 농가들이 많아 경도 관련 재배 기술이 뛰어나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시도(市道) 및 농단 지원 사업으로 ‘딸기 재배’ ‘경도 향상’ 컨설팅 등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영지의 최대 수출국은 싱가포르이며, 홍콩·태국도 점차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박 대표는 “각 국가 혹은 바이어마다 선호 품종, 포장 방법 등 요구 사항이 다르다. 가령 태국은 큰 사이즈, 홍콩과 싱가포르는 비교적 작은 사이즈를 선호한다. 사랑스러운 분홍빛의 스노우베리는 바이어마다 소량 요구해 그에 맞게 재배하고 있다”며 “바이어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그 수요에 맞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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