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동산 부진·건설 원가 상승에 PF 부실 위험 확대"
증권사 PF 채무보증 건전성 악화…신탁사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은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지속하고 건설 원가가 상승함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부실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26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실린 '부동산 PF 관련 금융 익스포저 현황 및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회사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134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PF 대출 증가세는 지난해부터 둔화했는데, 이는 2022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부진해진 가운데 금융기관이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 등을 위해 부동산 PF에 대한 신규 대출을 자제한 데 기인한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기준 3.55%로 2021년 이후 계속 상승세다.
특히 증권사(17.6%), 저축은행(11.3%), 여전사(5.3%)가 타 업권 대비 연체율이 높았다.
한은 점검 결과, 부동산 PF 대출의 경우 브릿지론과 본 PF 대출 모두 질적으로 다소 저하됐다.
브릿지론은 본 PF 대출로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가 늘면서 대출 기간이 장기화하고 있고, 대출금리도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본 PF 대출 역시 입지 여건 등이 불리한 사업장의 미분양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이 밖에 PF유동화증권에 대한 증권사의 보증 규모는 1분기 말 기준 18조2천억원, 부동산 신탁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인 신탁계정대는 5조4천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증권사 PF 채무보증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데, 중소형 증권사가 대형사에 비해 건전성 저하 속도가 빨랐다.
중소형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PF채무보증 비율은 2022년 6월 말 46.5%에서 올해 3월 말 33.0%로 하락했다. 전체 PF채무보증 중 브릿지론 비중(33.0%→27.9%)과 중·후순위 비중(78.6%→72.3%)도 축소됐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와 비교하면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이나 중·후순위 비중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PF 채무보증 건전성 저하 속도도 빠른 편이다.
한은은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단기금융시장 전반에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경우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유동성 상황을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PF 채무보증을 보유한 증권사들이 대체로 현금 등 유동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증권사의 PF 채무보증 현실화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책임준공형 관리형(책준형) 토지신탁을 통해 부동산신탁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1분기 말 기준 책준형 토지신탁의 수탁고는 16조8천억원으로, 부동산 신탁사 자기자본(5조6천억원)의 약 3배 수준이다.
책준형 토지신탁의 경우 PF사업장 시공사가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에 책임준공 의무가 발생하는데, 부동산신탁사가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기한 내에 준공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대주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면서 부동산신탁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신용도가 낮아 자체 책임준공 확약이 어려운 시공사가 주로 참여하고 비아파트 주거시설·상업시설 등 부동산 경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시설의 비중이 높아 차입형 토지신탁에 비해 리스크가 높은 편이다.
한은은 부동산 PF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 주체이자, PF 대출·유동화증권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는 신용공여자인 건설사가 부동산 PF 리스크 확산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 유동비율이 하락한 가운데 부채비율도 상승하는 등 이자 지급 능력, 유동성, 안정성 측면에서 재무 건전성이 저하됐다.
또한 신규 수주, 인허가 위축 등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건설사 수익성 부진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건설사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0년 5.9%, 2021년 6.0%에서 2022년 4.0%로 하락한 뒤 2023년에는 1.7%까지 떨어졌다.
한은은 부동산 부실 위험이 증대된 상황이나, 충당금 적립 확대, 자본 확충 등으로 금융기관 손실흡수능력이 제고된 점을 고려하면 PF 사업장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감독 당국이 발표한 부동산PF 연착륙 방안이 PF 관련 시장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일부 비은행업권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만큼 부실자산에 대한 경·공매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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