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제' 폐기 수순…참여기업 75억 원 손배소

대전일보DB

정부가 주도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밝으며,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수십억 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사업에 납품 입찰을 맺은 인쇄업체 2곳과 배송업체 1곳이 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3곳 기업이 요구한 배상액은 75억 원에 이른다.

당초 이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위해 컵에 붙이는 '바코드 라벨'을 매년 20억 장, 80억 원 상당을 전국에 배송하는 것으로 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발주량은 6400여만 장으로, 금액은 3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도입하겠다던 정부의 공언과 달리 세종시와 제주도에서만 시행하기로 규모가 축소되며 발주량도 대폭 감소한 것이다.

기업들은 초기 계약 물량을 맞추기 위한 투자를 마친 데다, '지체보상 약정' 계약조건으로 인해 다른 거래처와의 계약도 끊은 상태로, 손해가 막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보상 약정 계약에 따라 하루 일정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물게 돼 있으며, 투자금은 64억 원에 이른다.

한 인쇄업체는 손해배상액으로 조폐공사에 56억 원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조폐공사에 60% 정도인 35억 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조폐공사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조폐공사 측은 "공사가 개인사업자가 아니므로, 명확한 결정은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재판부의 조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공사 역시 정부 시책의 갑작스런 변경으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