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발산마을에서 이야기를 캐는' 여성 작가 3人
6개월간 머물며 마을에 깃든 이야기 작품에 담아
생경하면서 아직 이야기되지 않은 공간..호기심 많아
"쓸쓸하지만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머물러 있는 곳"
1970~1980년대 전남일신방직 여공들이 집단 거주했던 광주광역시 서구 양3동 발산마을에는 '뽕뽕브릿지'라는 창작실 겸 전시관이 있습니다.
◇ 뽕뽕브릿지, 예술가와 주민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
또한 주민교육·기획전시를 비롯 작가레지던시, 국제교류 등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국내·외로 전파하는 공간으로서 문화수도 광주를 빛내고 있습니다.
최근 발산마을에 30~40대 여성 작가 3명이 뽕뽕브릿지 레지던시(창작공간지원) 사업에 선정돼 입주했습니다.
지난 6월 초 이곳에 들어온 신해인(1990년생 / 영상작가), 유선진(1983년생 / 서양화가), 이혜리(1987년생 / 한국화가) 씨 등 3인의 작가는 오는 11월 말까지 6개월 동안 머물며 작품활동을 진행합니다.
◇ "시(詩)적 순간 놓치지 않고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신해인 작가는 발산마을과 특별한 인연이 있어 이곳을 찾았습니다.
"가까운 가족 가운데 두 분이 임동 방직공장에 다니셨어요. 낮에는 일하고 밤에 산업체 특별학급에서 공부하며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셨죠. 하지만 그 분들은 방직공장에 다녔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 하셨어요"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신해인 작가는 지난 2022년 광주문화재단 지원으로 산업화의 중심에 있었던 방직공장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방직공장이 폐쇄된 채 접근이 불가능해 공장 내부를 촬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대신 신 작가는 공장에 다녔던 가족들을 인터뷰하고, 자작시 '꿈꾸는 기억'을 엮어 영상을 완성했습니다.
◇ "작지만 소중한 삶의 이야기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한국화가 이혜리 작가 역시 외할머니가 발산마을 인근에 살아서 유년시절 이곳을 자주 찾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혜리 작가는 그동안 돌가루 등 분채를 안료로 둥그런 원안에 '허무·공허'를 주제로 이미지를 구현한 일명 '구멍시리즈' 작품을 그려왔습니다.
이번 작업 역시 그 연장선에서 서사를 펼칠 예정입니다.
이혜리 작가는 "발산마을은 높은 빌딩들 사이에 낀 정지된 공간 같다. 마치 서로 개화(開花) 시기가 다른 들꽃 같다"면서 "야산과 옛날 흔적들이 아직 이야기되지 않은 채 남아있어 호기심을 일으킨다"고 마을의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이어 "방직공장이 개발되면서 곧 닥쳐올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불안감이 교차한다"고 말했습니다.
◇ "예술의 사회적 역할 고민..공감하는 마음으로 주민과 소통"
"생경한 느낌이었어요. 제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공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라고 첫 인상을 전했습니다.
이어 "주민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타인의 시선이 아닌, 공감하는 마음으로 작지만 소중한 삶의 이야기들을 여러 가지 매체로 다양하고 유연하게 표현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발산마을은 비탈진 언덕에 낡은 기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좁은 골목길을 이루고, 공터 텃밭에는 작물 자라는 등 달동네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풍경은 작가들에게 호기심과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켜 창작에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뽕뽕브릿지 큐레이터 최윤미 작가는 "올해 레지던시 사업은 지난해 진행한 '안 보이는 실타래'의 후속편 성격으로 발산마을과 방직공장의 이야기를 예술로 담아내는 뜻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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