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교사 사망사건’ 학부모 등 모두 무혐의…교원단체, 재수사 촉구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관련 학부모와 학교 관리자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교원단체는 경찰 수사를 비판하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6일 A초등학교 사망 교사와 관련한 고소 사건 등을 수사한 끝에 수사 대상자들에 대해 모두 불송치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발생한 A초등학교 교사 B씨 사망사건과 관련한 유족의 고소와 대전시교육청의 수사 의뢰에 따라 B씨에게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8명과 B씨가 재직했던 학교 교장·교감 등 모두 10명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B씨에게 반복적인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들에게는 공무집행방해와 명예훼손 및 협박 혐의가 적용됐고, 학교 관계자 2명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를 받아왔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유족과 동료 교사, 학부모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상 전자정보와 휴대전화 통화·문자 등을 폭넓게 수사했지만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부모들이 제기한 민원과 학교 관계자의 처리 경과 및 민원 제기 대응 방법, 교사들의 진술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했지만 범죄 혐의를 인정할만한 내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B씨는 2019년 대전 유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후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려야 했던 B씨는 지난해 9월 자살을 시도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당시 유족들이 해당 학부모 등을 고소한 데 이어 대전시교육청도 진상조사를 통해 교육활동 침해라는 판단을 내리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전날 B씨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한 순직유족급여 심의 결과를 유족들에게 통보했다.
교원단체는 이날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긴급 성명을 내고 경찰 수사를 ‘부실 수사’로 규정하며 “이번 수사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매우 미흡했다고 판단되기에 전면 재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해당 교사 순직 인정 사실이 알려지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경찰은 10명의 혐의자 전원을 무혐의 및 불송치 처분했다”면서 “명백한 가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을 무혐의와 불송치로 일관하는 경찰의 행태는 수사기관의 직무유기이자 공교육 포기 선언 ”이라고 주장했다.
대전교사노조도 성명을 통해 “4년간 지속돼 온 학부모의 악성 민원, 관리자의 교권보호위 개최 거부 등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모두 혐의 없음으로 나온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가족 뜻에 따른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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